[IP노믹스]`지맨스+김앤장` 상대 승소, 석기철 변리사
상태바
[IP노믹스]`지맨스+김앤장` 상대 승소, 석기철 변리사
  •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
  • 승인 2015.11.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착수금은 없다. 패소시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한다.”

국내 한 변리사가 굴지의 글로벌 업체와 체결한 계약서 일부다. 강압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불리한 문구 일색이나, 변리사가 자청해 이뤄진 계약였다.

더욱이 소송 상대는 지멘스와 김앤장. 고래 싸움 속 ‘새우’를 자처한 이는 바로 석기철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공학박사·사진)다.

석기철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공학박사)
석기철 5T국제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공학박사)
발단은 지난 2011년 포스코의 한 프로젝트. 이탈리아 철강회사 다니엘리는 포스코가 발주한 프로젝트에 입찰 참여한다. 하지만, 포스코는 입찰자 명단에서 다니엘리를 제외시켰다. 다니엘리 측이 지멘스의 보유 특허(제174627호)를 침해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에서 이미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납품한 바 있는 다니엘리는 지멘스 특허를 무효화할 묘책이 필요했다. 다니엘리의 선택은 석 변리사였다. 석 변리사가 국비 유학 시절 2년간 직무연수를 받은 이탈리아 특허법률사무소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석 변리사는 해당 특허 무효화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봤다. 회전하는 롤 사이에서 스틸바를 가공하는 압연기 관련 지멘스 특허와 유사하면서도, 이 특허보다 선행 기술을 찾으면 특허 요건인 ‘진보성’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롤축 사이 안내 롤러를 제거하고, 스틸바 비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롤축 사이 거리를 줄인’ 기술적 사상을 일본 공개특허공보에서 찾아냈다. 지멘스 특허에 앞서 롤축 간 중간안내부 사용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발명이 이미 여러 건 존재했다.

하지만 한국 특허심판원은 지멘스 손을 들어줬다. 지멘스 특허가 석 변리사가 제시한 비교대상발명에서 쉽게 도출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심결했다.

석 변리사는 “발명 목적 달성과 무관한 구성까지 진보성을 인정받은 것은 억지다. 특허심판원 심결 중 뒤집한 사례가 40%나 된다”며, 포기하려던 다니엘리 측을 오히려 설득했다.

석 변리사 표현대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고 전무후무 계약서’도 바로 이때 체결됐다. 자신을 믿고 맡긴 의뢰인과 ‘의리’를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석 변리사는 특허법원 변론을 준비하면서 지멘스 특허와 더 근접한 기술을 찾았다. 그는 “다니엘리가 제공한 자료만으로는 이기기 어려웠다”며 “특허심판원 무효심판 청구처럼 추가 자료를 직접 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일본 공개특허공보에서 비교대상발명을 뒤졌다.

결국 지난 2013년 9월 특허법원(2심)은 ‘발명 목적’과 ‘청구항 구성 1항’ 모두에서 지멘스 특허가 진보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배수진을 친 변리사 한 명이 변호사 3명과 변리사 4명으로 중무장한 김앤장을 앞세운 지멘스에 승리한 순간이다. 지멘스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3개월 뒤 이를 취하하면서 3년여에 걸친 소송은 최근 막을 내렸다.

특허소송이 늘면서 전문성 제고도 중요해졌다. 석 변리사는 여기에 의뢰인에 대한 ‘의리’까지 강조한다.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엔지니어 역할이라면, 자신을 믿고 맡긴 의뢰인을 열정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변리사 책임이라는 게 석 변리사의 생각이다. 지지 않겠다는 집념,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열정이 ‘착수금도 없는 계약서’가 나온 배경이자 승소를 이끈 원동력이었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IP노믹스=이기종기자 gjgj@etnew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