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수술 현장을 가다]3차원 지도로 '심장 내비게이션' 구현, 부정맥 꼼짝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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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수술 현장을 가다]3차원 지도로 '심장 내비게이션' 구현, 부정맥 꼼짝마
  • 정용철 의료/SW 전문 기자
  • 승인 2017.04.2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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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패러다임이 바뀐다. 의료진 개인 역량에 의존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과 장비가 구축되며 환자 건강과 수술 효율성을 높인다.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있다. 빅데이터, 3D프린팅, 각종 소프트웨어가 자리하며 첨단 기술 집약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혁신의 시작, 의료 패러다임 변화 현장을 찾아 기술과 의술이 함께 하는 사례를 살펴봤다.

김유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3D 지도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심방세동 시술을 하고 있다.
김유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가 3D 지도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심방세동 시술을 하고 있다.
“낫소(Nasso, 카테터 일종) 맵핑 시작하겠습니다.”

컴퓨터 앞 방사선사 목소리를 시작으로 모니터에는 카테터 움직임이 포착됐다. 바로 옆 모니터에는 환자 심장의 전기적 신호가 실시간으로 잡힌다. 카테터는 환자 심장 구석구석을 돌며 상세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부정맥 치료 시술을 위한 3차원 지도화 프로그램 활용 현장이다.

26일 인천성모병원 김유리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74세 여성 심방세동 치료 시술을 진행했다. 이 여성은 부정맥 일종인 심방세동 치료를 위해 약물 치료를 진행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복부 일부를 절개해 부정맥을 치료하는 심장 시술을 결정했다. 한때 심장 운동이 불규칙해지는 변수도 있었지만, 무사히 시술을 마쳤다.

이번 시술에 적용된 방법은 '3차원 지도화 프로그램'이다. 심장을 3차원 그래픽으로 구현해 치료기구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며 시술하는 일종의 내비게이션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획득한 이미지와 3차원 영상을 결합해 정확도를 높인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고 여러 부위가 무질서하게 뛰는 질환이다. 뇌졸중, 심부전을 유발해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심방에서 심실로 보내는 전기 신호 이상이 원인이다. 치료법은 심장에 특수 카테터를 넣어 고주파로 지진다. 전기신호 차단이 목적이다.

카테터에 카메라가 없어 현 위치 파악이 어렵다. 수술 중 수시로 엑스레이를 촬영해 위치를 파악한다. 장시간 엑스선에 노출되는 부작용이 있다. 부정확한 위치 파악으로 고주파를 잘못 쏠 수도 있다.

'3차원 지도화' 프로그램은 이런 단점을 해소한다. 특수 제작한 전극 카테터로 카테터 위치신호와 심장 전기적 신호를 받는다. 이것을 3차원 그래픽 영상으로 구현한다. 이번 시술에도 손가락 보다 작은 크기 카테터가 좌심방 구석구석을 돌자 온통 검었던 모니터에 좌심방 모양이 3차원 그래픽으로 나타났다. 바로 옆 모니터에는 환자 심장 전기신호가 선으로 나타난다. 20여분 정도 작업이 이어졌다.

“머징(Merging) 시작 하겠습니다.”

의료진 신호에 맞춰 두 개 영상이 합쳐지기 시작했다. 3차원 지도화된 심방 이미지와 미리 찍어뒀던 CT 영상이 결합됐다. 내·외부를 모두 확인하는 완벽한 심장 지도다.

김유리 교수는 “CT 이미지는 2D 기반이라 '허공' 속 영상과 같다”며 “3차원 지도화한 이미지와 결합하면 내·외부 모두 들여다보고, 카테터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모니터에는 심방 모양뿐 아니라 카테터 크기와 정보, 굴절방향, 박리용 카테터 위치, 전극 등이 표시된다. 집도의가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과 확대·축소가 자유롭다. 이를 바탕으로 부정맥 위치를 찾아 고주파로 치료한다. 초음파 영상까지 결합될 경우 구현 정확도는 더 높아진다. 무엇보다 6시간 가량 걸리는 시술에서 2시간 이상 노출되던 엑스선을 2~5분 내외로 줄인다.

김 교수는 “심장은 항상 움직이기에 고정된 영상정보만으로 치료하기 어렵다”며 “3차원으로 구현하면 정확한 위치 파악은 물론 엑스선 노출이 적어 합병증을 방지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3차원 지도화 프로그램을 이용한 국내 심방세동 시술은 2222건을 기록했다. 2014년 보험급여가 결정되며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약물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만 대상으로 해 선진국과 비교해 시술 건수는 적다.

김 교수는 “국제 가이드라인은 3차원 지도화 프로그램 적용을 장려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으로 적용 된다”며 “알고리즘 고도화와 가상현실(VR) 기술 접목 등도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제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면 부정맥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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