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판교…백현8단지, LH주택공사 분양전환감정평가 방식 두고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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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판교…백현8단지, LH주택공사 분양전환감정평가 방식 두고 '시끌'
  • 엄지환 기자
  • 승인 2020.01.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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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준공 당시 법률에 의거한 감평 진행…문제 없다”
임차인대표회, “공공주택 특별법 위반한 불공정한 감평”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성남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마을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성남시)

[프레스나인] 엄지환 기자=임대기간이 만료되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의 감정평가액 계산 방식을 둘러싼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나 강남, 성남 판교, 수원 광교 등 시세가 폭등한 지역의 임대주택 입주민들은 더욱 거센 반발이 나서고 있다.

작년 11월부로 임대기간이 만료돼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는 판교 백현마을8단지를 둘러싼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13일 백현마을8단지 임차인대표회의는 공공주택특별법을 위반하고 직접 분양전환 감정평가를 진행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공특법에 따르면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을 위한 감정평가법인의 선정 권한은 LH가 아닌 지자체장에게 주어진다. 입주민이 을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LH가 직접 선정 권한을 가질 경우, 공정성에 위반될 소지가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지자체장은 임차인에게 감평법인의 선정을 요청하고, 임차인은 감평법인을 선정해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백현8단지 임차인대표회의는 LH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한 채 입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감정평가를 진행했으며, 이마저도 현장 실사를 생략한 불완전한 결과를 통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 임차인은 “LH가 공정하지 않은 감평금액으로 분양전환계약을 강제체결하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정호 공공임대중대형연합회 회장은 “LH로부터 감평법인 선임에 대한 요청이 있었지만 당시 진행 중이던 분양전환절차중지가처분이 11월13일 기각돼 LH의 감평 주관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음날 14일을 시행일자로 일방적인 감평법인 선임을 통보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 LH의 실무팀장은 아직 늦지 않았다며 24일 감평법인 두 곳의 선임을 요청했지만 바로 다음 날 이를 번복하고 LH가 선임한 감평법인으로 감평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감정평가 방식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한 주택 시세를 반영한 탓에 기존의 입주민들이 지나치게 높아진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어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 회장은 “잘못된 감평방식이 중산화 계층의 실질적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게다가 입주민들은 임대주택 당첨 때부터 청약통장이 소멸되어 10여 년의 임대기간 동안 다른 주택의 청약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서 회장은 현 갈등의 핵심이 ‘분양전환 가격 책정 기준’에 있다고 밝혔다. 5년 공공임대의 경우, 건설원가와 분양시점 감정가의 평균값으로 산정해 시세가 변동하더라도 공급자에는 적정이윤을, 수분양자에는 안정적인 자가주택 확보라는 이점이 있다. 반면 10년 공공임대는 10년 경과 후 분양전환 시점의 시세에 따른 감평금액으로 정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는 물가상승율 수준의 적정 범위 내에서 주택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유효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는 단지 백현8단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판교에서만 산운마을, 봇들마을, 원마을 등의 공공임대주택이 분양전환되는 과정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LH는 지난해 9월 원마을 12단지에 감정평가 결과로 역대 공공택지 분양가 중 최고 수준인 3.3㎡ 당 2300만원을 통보해 입주민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진=LH)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 (사진=LH)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10년 공공임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 이유다. 전 의원은 이어 “20대 국회에서 현재의 불합리한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해 올바르게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서정호 회장 또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주택의 분환전환가격에 대한 공특법상 근거 조항이 없다”며 “이 경우 공특법 제5조에 따라 주택법 제57조에 근거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토부와 LH가 위법한 감평기준을 근거로 임차서민에 위법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양가 논란을 두고 LH는 시중 주택담보대출보다 저렴한 금리의 대출상품을 은행권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판교 봇들마을 3단지의 한 주민은 “공공 임대주택의 거주자는 대부분 퇴직자로 수입이 없거나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출은 당연히 나오지 않는다”며 “이는 유명무실한 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LH는 “입주민의 대출을 알선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며 “애초에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조건이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깊어지고 있는 입주민과 LH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무소속 윤영일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임차인들이 일정 기간 전매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LH의 임대운영 손실에 대한 충분한 기업이윤 역시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방안을 내세웠다. 더불어 “분양전환으로 발생한 이익은 지방, 노인, 청년 계층을 위한 행복주택 건설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국민임대 건설 등 주거복지 사업으로 전액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적용만이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전현의 의원은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을 5년 임대주택과 동일한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임차인은 분양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가격기준 변경 개정 법률안 적용시 가격 시뮬레이션 (사진=윤영일 의원실)
가격기준 변경 개정 법률안 적용시 가격 시뮬레이션 (사진=윤영일 의원실)

한편 감정평가법인 선정 과정에 대한 논란을 두고 LH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10년 임대주택에 적용되는 법령은 공공주택특별법이 맞지만, 주택이 공급됐던 10년 전에는 임대주택법을 적용했었다”며 “해당 법령은 별도의 규정이 없어 반드시 지자체가 감정평가를 진행할 의무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감정평가협회로부터 배정받은 법인을 통해 감정평가를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성남시에 요청했지만, 임대주택법상 별도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회신받아 직접 협회의 추천을 받고 진행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서정호 회장은 LH의 해당 의견에 대해 “감평을 의뢰받은 성남시가 잘못 해석한 것에서 문제가 시작됐다”며 “민간임대단지 4곳과 LH중소형단지 3곳은 모두 성남시가 절차를 주관하고 감평법인을 임차인이 선정한 반면, 중대형 단지는 전부 LH가 주관”했으며 “특히 백현8단지는 임차인의 감평법인 선정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성남시 중대형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백현8단지는 감정평가법인을 선정하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경우”라며 “이는 감정평가금액 산정의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하고 종국에는 우선분양전환에 대한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상황이 된다”고 전했다.

현재 백현8단지는 서울중앙지법에 분양전환절차중지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또한 판교 원마을12단지는 가처분 기각에 대한 항고가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임대기간 만료를 앞둔 공공임대주택이 유사한 문제를 반복하고 있어, 앞으로도 이 같은 분양전환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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