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 사회 혁신프로젝트 투자사업, 그 2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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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 사회 혁신프로젝트 투자사업, 그 2년 후
  • 홍은기 기자
  • 승인 2020.02.24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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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슬립의 서울시 매트리스 개발기

[프레스나인] 홍은기 기자=서울시에서 4년 전 대담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청년들이 만든 소셜 벤처에 140억 원 규모의 임팩트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단기적 성과 위주의 창업 정책에서 벗어나 공공 사회문제를 함께 해결할 민간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였다. 서울시는 파트너들에게 2년 간 투자와 함께 전문가들의 조언과 공공기관 자원 활용 기회를 약속했다.

파격적인 프로젝트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들었다. 약 반년에 걸쳐 전문가와 교수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서면, 발표심사와 현장실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6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4개의 소셜벤처가 선정됐다.

프로젝트 첫해인 2017년, 프로젝트슬립 이상미 대표도 서울시의 파트너가 됐다. 이상미 대표는 당시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경제를 전공하고 ‘경영사관학교’라고 불리는 베인 앤 컴퍼니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유학 시절부터 고민해온 ‘수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이 대표는 비싼 주거비와 침대 가격으로 ‘수면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프로젝트슬립’을 창업했다.

프로젝트슬립의 첫걸음은 결코 쉽지 않았다. 2030 청년들을 위해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양질의 수면을 보장하는 매트리스를 개발해야 했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한 매트리스는 있었으나, 좋은 수면을 보장하는 매트리스는 매우 비싼 실정이었다. 서울시부터 혁신기업, 대기업, 글로벌 수면전문가 그룹이 힘을 모았다. 이 대표는 좋은 매트리스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미국 모교인 버클리로 날아가 수면 전문가를 인터뷰하기도 하고, 수백 개의 해외 논문을 탐독하며 매트리스를 연구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프로젝트슬립의 시제품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제품은 700일 동안 250명에게 10가지 버전으로 제공됐다. 프로젝트슬립은 공유주거사업자인 코오롱 커먼타운과 청년공용주택사업자 얼리브에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고, 그 피드백은 고스란히 제품에 적용됐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감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랫면과 윗면의 감도가 다른 양면 매트리스를 만들었고, 오래된 침대에도 간단히 올려 쓸 수 있는 토퍼 매트리스를 만들었다. 또 청년들이 좁은 자취방에서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컴팩트 사이즈의 토퍼도 출시했다.

그렇게 ‘숙면’의 기본에 집중한 매트리스가 완성됐다. 프로젝트슬립은 인체공학적인 5개 존과, 움직임에 반응하는 17개 모션포인트를 넣은 매트리스를 개발했다. 2년 만에 열린 서울시 청년혁신프로젝트 성과보고회에서 프로젝트슬립은 사회적 가치창출을 가장 높게 이루어 낸 팀 중 하나라는 평가를 들었다.

서울시는 당초 이 프로젝트를 통해 투자금 대비 2.5배의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꼭 숫자로 측정되는 결과가 아닌, 관련 산업에 대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지속적인 사회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 그렇다면 결과 발표회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청년사회혁신 프로젝트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프로젝트는 끝났지만 프로젝트슬립은 계속됐다. 프로젝트슬립은 서울시와의 협업을 마친 후에도연구를 거듭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하이브리드 폼’을 사용한 프리미엄 매트리스인 퍼펙션 매트리스를 출시했고, 사업 범위를 수면용품 전반으로 확장해 양면 안대와 양면 목베개, 만능 베개 등 숙면을 도울 다양한 상품들을 출시했다.

물론 프로젝트슬립은 초심을 잊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개발비가 포함되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에 매트리스를 공급했으며 다양한 시장 경쟁자와 선택지가 생겨나는데 일조하였다. 또한 유튜버와 협업해 고시원에 사는 청년들에게 토퍼를 선물하기도 하고, 소형 공간과 1인 가구를 위한 컴팩트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프로젝트슬립이 청년주택과 사회주택에 제공한 매트리스는 280개에 이른다. 현재 프로젝트슬립은 서울시와의 협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성장하며 100억 매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프로젝트슬립 이상미 대표는 “서울시와 함께했던 여정은 ‘수면기본권’이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주체들이 모여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좋은 수면은 24시간의 모든 생활과 관계 있는 만큼, 프로젝트슬립은 앞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전체적 수면 환경, 나아가 삶의 질을 개선하는 수면 전문 브랜드가 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혁신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 10월에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21개의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앞으로 서울시 청년혁신 프로젝트는 또 어떤 변화를 이뤄내게 될까. 청년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프로젝트슬립의 사례를 보면, 또 다른 프로젝트들이 만들어낼 긍정적인 영향력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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