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 결렬에 따라 오는 23일 파업과 함께 쟁의절차에 돌입한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실시한 쟁의 및 파업 찬반투표에서 총인원 178명 중 투표에 참여한 175명 전원이 찬성함에 따라 현대약품 본사에서 쟁의행위를 시작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노조와 현대약품은 최근 협상안은 물론, 안건이 삭제·수정되기 이전 최초 제시안을 두고도 그 해석에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허성덕 노조위원장은 "노조 탄압의 자리였다"는 반면, 현대약품은 "수차례 교섭을 통해 현행 단체협약 수준, 또는 그 이상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현대약품이 당초 ▲임금 동결 ▲조합 활동 축소 ▲창립기념일 유급 휴무 삭제 ▲조합원 징계시 노동조합 징계 위원 권한 삭제 ▲연차 감소(20일에서 15일로) ▲고졸녀·고졸남, 전문대졸 사원 승진제도 폐지 ▲단체협약 자동갱신권 폐지(단체협약 무효화) ▲신규입사자 임금교섭권 철회(노조와 임금협상 무효화)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후 수차례 협상을 통해서야 다수 안건을 철회했단 입장이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할 수 있는 모든 근로저하 항목"이라며 "사측의 억압적인 태도로 쟁의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중 철회 안건은 ▲조합 활동 축소 ▲창립기념일 유급 휴무 삭제 ▲조합원 징계 시 노동조합 징계 위원 권한 삭제 ▲고졸녀, 고졸남, 전문대졸 사원 (자동) 승진제도 폐지 ▲단체협약 자동갱신권 폐지 등이다.
현대약품은 이와 함께 기본급의 20%를 1회성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정 중지 후에는 이상준 대표이사가 나서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허 위원장은 "근로저하를 대상으로 하는 협상을 이어 나갈 수 없었다"며 "사측 요구는 기존 조합원보다 350만원가량(연봉삭감 및 연차를 임금으로 환산한 금액) 낮은 근로조건"이라고 전했다.
또한 추후 입사할 신입사원들보다 상대적으로 임금과 복지 수준이 좋은 기존 사원의 고용 불안이 생길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허 위원장은 "현대약품은 경영 효율을 위해 대졸자 및 전문대졸자 초임을 낮추려하고, 과도한 휴가를 줄이자고 한다"면서 "현대약품은 초봉이 높고 연차가 많다는 것 외에 다른 회사보다 좋은 근로조건이 거의 없다"며 "초봉이 높은 대신 진급이 어렵고 진급을 해도 인상금액이 높지 않아 평균임금은 제약사 중위권 이하"라고 설명했다.
또 "중식비가 3600원으로 낮고 10년간 근로자 100여명이 감소해 업무도 과중한 상태"라면서 "노조는 호봉을 낮추자는 사측 제안도 일부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지만, 사측은 일부가 아닌 온전한 사측 제안 수용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약품 입장은 다르다.
현재까지 제시한 안에 따르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3.8%가 된다는 것이다.
현대약품은 "현재까지 노조에 제시한 안은 기본급 대비 2.5% 인상과 격려금 20% 지급, 장기근속포상 확대, 장기근속수당 확대, 여비교통비 추가 예산운영, 건강검진 대상 확대 및 기본급 인상에 따른 법정수당 상승 등"이라며 "모두 종합하면 실질임금 인상률은 3.8%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연차휴가 규정도 최초 20일에서 근속년수에 따라 한도 없이 늘어나는 등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다른 회사들과 달리 과도한 수준이었다고 봤다.
현대약품은 "2022년 기준 30일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이 급증하고 있고 불과 수년 내에 40개 연차휴가를 부여받는 직원도 생기고 있다"면서 "과도한 유급휴가로 생산에 차질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해당안은 신규 입사자로 한정해 적용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현대약품은 덧붙였다.
신규입사자 임금교섭권 철회요구도 과도한 신입 연봉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약품은 "현대약품 신규입사자 연봉은 동종업계 평균 대비 약 15% 이상 높은데 이는 회사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과도하다는 판단"이라며 "이 역시 신규 입사자에 한해서만 새로운 임금협상 테이블을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되레 직급별 호봉체계를 현행 8단계에서 무한대로 확장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현대약품 주장이다.
현대약품은 "사회적으로 연공급 임금체계(근속연수와 나이에 따라 정기승급하는 임금체계)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고과 평가 등에 따른) 직능급 등으로 임금체계 개선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에 반해 연공급을 오히려 고착화하고 생산성과 무관한 무한대 호봉체계를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사측이 철회한 최초 제시안과 이에 대한 사측 입장 전문이다.
조합 활동 축소 관련 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삭제 관련 고졸·전문대졸 사원 자동승진 폐지 관련 노동조합 징계위원회 권한 삭제 관련 단체협약 자동갱신권 폐지 관련 |
한편 영업부·생산직 중심인 현대약품 노조는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과 전국제약바이오노동조합(NPU)와 함께 쟁의를 실시할 계획이다.
허 위원장은 "쟁의 찬반 투표로 조합원 전원 찬성 지지를 얻었지만, 곧바로 쟁의행위를 하지 않고 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그래도 설득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통해 권리를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