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자 시중은행도 발을 맞춰 충당금과 더불어 준비금을 다시 늘리기 시작하며 손실흡수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난해 금융지주는 도입 전인 3분기까지 대손충당금을 대폭 전입시킨 반면, 또다른 완충제인 대손준비금은 슬그머니 축소한 탓에 손실흡수능력이 반감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을 제외한 KB·신한·하나·농협금융이 적립요구권이 도입된 4분기에 대손준비금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주는 지난해 대규모 충당금 적립 영향으로 준비금을 축소해 왔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3분기까지 대손준비금을 4503억원이 감소시켰고, 이어 KB금융 3060억원, 신한금융 1382억원, 하나금융이 1110억원 가량을 줄였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대폭 늘리며 외형상 손실흡수력을 확대시키긴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손준비금을 서서히 줄여 나간 탓에 버퍼효과가 상쇄됐다. 현행 은행업감독규정은 은행의 예상손실에 대해서는 회계기준(IFRS9)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대비하도록 하면서, 손실흡수능력 보완을 위해 대손준비금 적립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규모를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평가한다.
지난해 11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이 도입됨에 따라 따라 향후 금융당국은 은행이 보유한 잠재 부실여신의 부실화를 가정할 때 필요하다고 추정되는 충당금과 준비금이 규모에 비해 현재 적립 규모가 부족하다고 판단 시 은행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은 회계기준(IFRS9)에 따라 자체적으로 마련한 ‘예상손실 전망모형’을 기반으로 예상손실을 추정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으나, 그간 저금리 상황에서의 낮은 부도율을 기초로 예상손실을 산출하는 등 미래전망정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는 판단이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이 도입과 동시에 은행들은 준비금을 늘리기 시작하며 선제적으로 대손준비금 관리에 나섰다. 지주사 기준으로 농협금융 대손준비금이 4분기에 3160억원을 늘렸고, KB금융은 2531억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가 400억원 가량 플러스 전환시켰다. 우리금융만 은행 기준으로 4분기에 1135억원 감소했다.
회계상 비용으로 계상되는 대손충당금과 달리 대손준비금은 자본으로 인식돼 당기손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별도 법정준비금으로 분류돼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더불어 자본의 원외유출 억제효과를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