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 베어링포인트 인수 왜 포기했나

2010-02-21     신혜권 기자
지난해 3월 딜로이트 미국본사가 베어링포인트 북미법인의 공공서비스 부문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직후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는 베어링포인트코리아를 통합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실제 인수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인수합병을 위한 사전 실사나 협의는 진행됐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컨설팅은 실사 결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히고 있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의 핵심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KEPCO 사업권이 결정적인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KEPCO에 대한 회계감사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맡아왔다. 최근 KEPCO는 향후 3년간의 회계감사 법인을 새로 선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KEPCO 같은 초대형 기업들은 회계법인에 매우 중요한 고객사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도 KEPCO가 주요 고객사다. 베어링포인트코리아는 현재 KEPCO의 발전자회사 통합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여러 사업을 수주해 수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딜로이트컨설팅과 베어링포인트가 합병하게 될 경우 외감법이나 사베인옥슬리법안의 규정으로 인해 회계감사와 회계 관련 IT서비스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기 힘들다.

딜로이트컨설팅은 별도 법인이기는 하지만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상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과 동일하게 회계감사 규정이 적용된다. 또 회계시스템 구축이 아닌 ERP 사업이라 하더라도 ERP내 재무영역이 있기 때문에 회계영역과 겹치게 된다.

따라서 만약 딜로이트컨설팅과 베어링포인트가 합병을 하게 된다면 ERP사업 중 재무부분은 다른 사업자가 수행해야 한다. 결국 재무부분만 따로 떼어 놓고 ERP를 구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업자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