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야간 자율학습시간에도 SW열공..인문계도 SW교육 열기

2016-11-02     김지선 기자
1일 오후 7시. 어두워진 저녁 아파트촌 사이에 위치한 과천고등학교에 들어가자 교실 곳곳에 야간자율학습 학생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교실 불빛이 가득한 건물을 지나 오른편에 위치한 컴퓨터실로 향했다.

“이걸 더 줄이라고?” “응. 그래야 할 것 같은데.”

경기도 과천고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야간수업 시간에 모여 로봇 장애물 통과방법을 찾기 위해 토론중이다.
문을 열자마자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옹기종기 모여 문제를 푸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과천고는 평일 저녁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소프트웨어(SW) 수업을 진행한다. 1, 2학년 위주로 신청을 받았다. 과천고 학생 20명은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컴퓨터실로 향한다.

수업도 요일별로 다르다. 레고 과학 융합, 3D프린팅, 로봇기초 클러스터, SW선도중심대학 멘토링 학습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과천고 교사와 업계, 학계 전문강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좀 더 전문성 있는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과천고 학생들이 프로그래밍한 로봇을 이용해 장애물 통과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이날은 로봇 센서값을 측정해 로봇이 장애물을 통과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수업이 진행됐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 수업으로, 학생들은 세 명씩 팀을 이뤄 스스로 학습했다.

학생들이 팀별로 앉아 공책을 펼쳤다. 한 명이 센서값을 계산하고 다른 친구들은 실제 프로그래밍해 로봇을 움직여 본다. 이 계산 과정에서 함수도 공부한다.

로봇을 움직이기 위해 힘과 속도의 관계를 계산한 한 과천고 학생 공책.
함수값을 구해 실제 대입했더니 로봇이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데 성공했다. 팀원끼리 하이파이브와 박수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고2 학생은 예비 수험생이다. 이 시간 경쟁자들은 야간자율학습이나 학원에서 수능대비에 한창이다. 걱정되진 않을까.

데이터분석가가 꿈인 방준석 학생(2학년)은 “책보는 것보다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게 재밌고 대학 가기 위한 학업 의욕도 높아진다”면서 “두 시간 동안 열심히 SW 활동 후 공부하면 집중력도 더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밝아졌고 목소리도 커졌다. 인문계고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보기 힘든 풍경이다.

과천고 학생들이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토론하고 있다.
학생들은 두 시간가량 집중적으로 SW를 체험하고 오후 9시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이후 한 시간 동안 남은 야간자율학습에 임한다. 교실문을 나서는 학생들 표정은 오후 9시에 학교에서 보기 힘든 밝은 표정이다.

2018년부터 초중등 교과과정에 SW의무교육이 진행된다. 고등학교는 상대적으로 SW교육을 접하기 어렵다. 초중등 과정에서 SW에 흥미를 가져도 고등학교까지 얼마나 이어질지 모른다.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SW교육이 입시를 앞둔 학생들에게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병모 과천고 교사는 “SW선도학교가 되면서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접하도록 했다”면서 “단순한 코딩 공부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함께 협력해 SW문제를 해결하고 논리적, 사고력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입을 앞두고 전공과 앞으로 직업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SW는 좋은 길잡이가 된다”면서 “SW 전공을 택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접하는 다양한 분야에도 SW를 함께 접목해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