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차세대, 1세대 넘어 2세대로

2009-02-14     신혜권 기자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 열풍이 1세대를 넘어 2세대로 확산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을 놓고, 과거처럼 빅뱅 방식으로 구축해야 하는가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2세대 차세대시스템 구축 착수가 이뤄지게 되면 과거의 빅뱅 방식보다는 부분별로 진행하는 단계적 방식이 선호되지 않겠냐는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시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대구, 부산, 전북, 수협은행이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 2년여 간의 본격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과거 2000년에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완료, 가동한 산업은행이 이르면 내년부터 또 다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2000년부터 시작된 은행권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국내 전 은행이 모두 착수 및 완료하게 되고, 또 다시 2세대 차세대시스템으로 산업은행이 그 포문을 열게 되는 셈이다.

◇ 대형 시중은행 연이어 차세대 가동 = 2000년 들어 본격적으로 착수가 진행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2000년 3월 산업은행이 유닉스 기반으로 신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수출입은행이 2002년 3월 역시 유닉스 기반으로 차세대정보시스템 이름으로 신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산업, 수출입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후 진행된 시중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에 비해 다소 작은 규모로 진행됐다.

이후 본격적인 은행 차세대시스템의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은행 차세대시스템이 2004년 9월 가동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최근 은행 계정계시스템의 주요솔루션으로 활용되고 있는 프로덕트팩토리 솔루션을 적용한 첫 사례다. 이를 통해 향후 기업은행은 단 2~3일만에 신상품을 개발, 출시할 수 있는 전산능력을 갖추기도 했다.

기업은행 차세대시스템이 가동 된지 한달도 안 된 24일 후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은 중간에 코어뱅킹 솔루션을 교체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가동 후에도 심각한 장애가 발생, 대규모 시스템 가동 시 테스트의 중요성을 은행권에 심어줬다. 당시 기업은행, 우리은행 모두 시스템 기반을 메인프레임으로 구축, 아직은 유닉스 전환이 차세대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이후 외환은행이 시중은행으로는 처음으로 유닉스 기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 2005년 2월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외환은행은 보다 유연한 시스템 환경을 구현, 은행권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신한·조흥은행간의 합병에 따라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한 신한은행 차세대시스템이 2006년 9월 가동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기존 은행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형식이 아닌, 새로운 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으로 구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당시 유닉스로는 안정적인 시스템 구현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됐으나, 이러한 문제를 신한은행은 모두 불식시켰다. 이를 통해 향후 신한금융그룹은 그룹계열사를 하나로 묶는 원포털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

우체국금융도 기존 2000년에 분산시스템 환경으로 구축한 기존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 지난 2008년 6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우체국금융은 유비쿼터스 뱅킹 구현을 추진 중이다.

이어 올해 1월부터 또 다시 대규모 은행들이 줄지어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가게 된다. 우선 가장 먼저 농협이 지난 1월 성공적으로 차세대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역시 유닉스 기반으로 다운사이징을 했다.

오는 5월이면 하나은행이 SOA(서비스지향아키텍처) 등 신기술을 도입한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게 되고 2010년 2월이면 지난 2003년부터 검토해, 2007년 착수에 들어간 국민은행이 차시대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된다.

◇ 내년 초면 은행 차세대 모두 착수 = 아직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진행하지 않은 은행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면, 대구, 부산, 전북, 수협은행 정도다. 경남, 광주은행은 지난 2006년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대구, 부산, 전북, 수협은행도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중에는 차세대시스템 구축 착수에 들어갈 전망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 대구, 부산은행이 착수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은행 모두 지난 2005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해 EA(전사아키텍처)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두 은행은 IT공동화를 위해 차세대시스템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조직 운영 등에 있어 문제가 많아 결국 공동 시스템 구축을 포기하고, 개별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키로 한 후, 각 은행별로 진행 방안을 마련해 왔다.

이에 따라 두 은행 모두 현재의 금융위기가 보다 심각해지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스템 구축 사업자를 선정, 2년간 사업에 첫 삽을 뜨게 된다. 그리고 전북은행도 늦으면 내년부터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협은행도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사업자를 선정, 최근 착수한 상태다. 컨설팅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내부 의사결정을 거쳐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년에 진행될 수도 있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당초 예정과 달리 차세대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고 글로벌 플랫폼을 적용, 업그레이드 하는 수준으로만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 2세대 차세대는 빅뱅방식 어려울 듯 = 오는 2010년 산업은행이 본격적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게 되면 은행권도 전체적으로 2세대 차세대시스템 구축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내년이면 우선 가장 먼저 시스템 구축에 나설 산업은행을 비롯, 수출입은행도 차세대시스템 사용 연수가 각각 10년과 8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시중은행으로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6년이 된다. 외환은행은 5년이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시스템 구축기간인 2년여 기간을 고려하면 서서히 2세대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대한 논의가 준비돼야 할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에 해박한 전문가들은 더 이상 과거처럼 한꺼번에 모든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빅뱅’ 방식은 더 이상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이미 앞서 진행한 차세대시스템은 대부분 유닉스 기반이어서 업그레이드가 수월하고, 향후 확정성을 많이 고려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향후 금융산업 환경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2년여동안 빅뱅 방식으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게 될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도 빅뱅 방식을 선택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주요 업무 단위별로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단계적 방식이 대두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가에서도 우리나라의 1세대 차세대시스템처럼 빅뱅 방식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사례는 보기 드물다.

이와 함께 1세대 차세대시스템에서 담았던 프로덕트팩토리,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 멀티채널아키텍처(MCA) 등의 신기술을 넘어 2세대 차세대시스템에는 어떤 신기술들이 적용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신혜권 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