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혁신 전략⑤-끝]구매 혁신의 핵 ‘개발구매’

2010-12-21     온라인뉴스팀
개발구매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원류구매, 원류관리라는 용어로 표현했고, 미국에서는 개발구매라는 용어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구매엔지니어(PE)라는 용어와 조기 구매 참여(EPI), 다기능팀(CFT)이라는 기법으로 설명했지만 우리처럼 한마디로 개발구매라는 용어로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구매라는 용어로 설명하는 구매기법은 아직은 다소 주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필자가 구매업무에 종사하던 15년간 필사적으로 만들어 내고자 노력했던 직무가 개발구매이고, 지난 10여 년간 컨설팅과 영업을 통해 관찰한 많은 대기업에서도 개발구매의 개념이 제대로 실현되어 돌아가는 곳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개발구매란 신제품의 기획단계 또는 그 이전부터 미래의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필요한 품목(원자재, 부품, 설비, 상품, 기술, 서비스)을 정의하고, 이를 공급할 공급시장과 공급사를 발굴하고 개발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의 선택 라인업을 제공하고 목표 원가(재료비, 투자)와 품질, 공급확보와 납기를 달성하는 직무이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재나 설비를 사전에 기획해 발굴, 개발하여 신제품 개발을 선도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기술부서나 제품개발부서의 직무라고 볼 수 있다.

기술 혁신을 위한 개발 구매">

그러면 왜 개발구매가 필요한 것인가.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자재나 부품은 조달 이전에 그 부품의 규격과 품질에 대한 승인과 인증이 전제된다. 이때 어떤 부품과 공급사의 부품을 선택하여 승인하느냐에 따라 원가와 품질도 결정된다. 때문에 신제품 개발 이전 단계에서 자재와 공급사에 대한 사전 검증과 승인 절차를 거쳐 선택하는 것이 실질적인 구매의사결정에 해당된다.

즉, 어떤 기술과 자재 공급사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제품 개발부서의 이해 관계이기도 하지만 마케팅, 생산, 구매, 품질, A/S, 재무부서의 이해관계이기도 하다. 여기서 구매부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많은 협력사로부터 수많은 자재를 조달하고 공급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떤 기업이 단기, 중장기적으로 우리 회사에 더 도움이 되고 좋은 회사인지, 원가 측면과 기술 로드맵, 품질경영수준, 전략적 관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의 검토와 결정은 개발구매부서에서 전문적으로 담당해 이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개발구매 업무를 선도적으로 정책화 시켜 나간 기업들은 대부분 개발 구매 인력을 이공계 전공과 핵심 엔지니어 출신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품목별 전문 기술과 전문 구매 기법을 융합하여 새로운 영역으로 키우며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해 나가고 있다. CFT 기법은 신제품 개발 과제나 특정 과제에 대해 과제별로 수행하는 기법이며, 개발구매는 이러한 개발 업무에 대응하고 선도하는 상설조직 형태로 운영하게 된다. 전 세계의 해외 소싱 전담 조직이나 구매 조직과도 연계해 글로벌 소싱 전략과 통합하게 된다.

개발구매는 조달구매와 구별되는 개념의 용어다. 조달구매는 수요부서에서 구매 검토를 끝내고 구매요청을 하면 이에 대응해 가격협상과 결정 그리고 계약체결 및 발주처리에 이은 납입관리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구매는 수요부서에서 검토하기 이전 또는 공동으로 검토해 의사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업무라 할 수 있다.

구매부서가 행정처리와 납기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면 개발구매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그런 면에서 개발구매는 기법이라기보다 전략이고 기업의 구매 성숙도로 봐야 한다.

정혜영 아이컴피아 대표이사
정혜영 아이컴피아 대표 eric@icom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