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수술 현장을 가다]<5>신장암 수술 패러다임이 바뀐다..3D모형과 로봇수술의 결합
2017-08-30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 기자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최근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술 패러다임도 바뀐다. 신장 전체를 제거했던 '전절제술'보다 '부분 절제술'이 대세다. 이마저도 개복이 아닌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신장암 로봇수술이 각광받는다. 세계적 신장암 로봇수술 권위자인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실에 들어가 봤다.
신장암 1기 5년 생존율은 90% 이상이지만,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는 20~30%로 뚝 떨어진다. 조기발견이 어려운 것을 고려하면 생존율이 낮다.
수술 환자는 각각 64세, 30세 남성이다. 64세 남성은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CT 촬영 결과 우측 신장에 신세포암으로 보이는 종양 2개가 관찰됐다.
30세 남성은 건강검진에서 시행한 복부 초음파에서 신장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좌측 신장 중간 부위에 낭종이 발견됐는데, 신세포암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신장암 수술은 일부만 제거하는 '부분절제술'이 전체 90% 가까이 차지한다. 과거 전이 가능성, 종양 잔여성을 고려 신장 전체를 절제했다. 수술 예후와 환자 신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 로봇수술 도입, 의료진 역량 향상 등으로 부분 절제술이 대부분 이뤄진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도 종양 크기가 4cm 이하면 부분 절제술을 권장한다.
신장암 수술 시작인 동시에 성공 여부는 '허혈시간'에 달렸다. 허혈 시간이란 신장으로 유입되는 혈액이 차단되는 시간이다. 즉 신장을 비활성화 시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통상 30분 내 모든 것을 마치지 않으면 장기가 손상된다. '인도시아닌그린'을 이용해 혈액이 차단했는지 확인한다.
3D 프린터 모형, 초음파 영상을 기반으로 신속하게 신장 내 종양까지 절개한다. 여기서 부터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한 집도의 역량이 발휘된다. 신장의 잔여 기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정확한 목표지점(종양위치)에 로봇 팔이 빨리 도달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운전하는 것처럼 변 교수가 움직이는 로봇 팔이 종양에 바로 도달했다. 절삭기를 이용해 종양을 제거한다. 로봇의 4번째 팔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변 교수는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4번 팔을 절제나 바늘, 실 등 다양한 수술도구 활용을 위한 시야확보 지렛대로 활용한다.
종양제거가 마무리 됐다면 마지막 단계가 남았다. 소변이 나가는 집뇨계를 잘 연결하는 것이다.
변 교수는 “신장암 수술 핵심은 정확한 종양 위치 파악, 잔여 신기능을 최대한 확보하는 정교한 수술, 집뇨계 연결 등으로 꼽는다”며 “세 가지 항목을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한 로봇수술 조작, 판단력이 의사 역량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변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신장암 수술에 세계적 권위자다. 다빈치를 이용한 부분적 신절제술을 450회 이상 집도했다. 변 교수 수술 영상은 다빈치 커뮤니티에서 아시아 의료진 최초로 소개됐다. 아시아인 로봇 신장암 수술 '교본'으로 평가 받는다.
세계적 권위자지만 국내 비뇨기과에 대한 인식은 아쉽다. 비뇨기과의사회에 따르면 올해 전공의 모집결과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은 38%에 그쳤다. 경기, 충청, 대전, 전북, 전남, 광주 소재 수련병원은 단 한명도 없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수술 노하우를 전수할 후배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변 교수는 “국내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이 갈수록 하락하는데, 국가적 차원에서도 위험한 현상”이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