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계 IT기업, 베일을 벗자
2017-10-17 [전자신문 CIOBIZ] 김지선 기자
모든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이 베일에 싸인 것은 아니다. 한국IBM, SAP코리아는 해마다 주요 정보를 공개한다. 직원 수와 매출뿐만 아니라 법정 소송 여부까지도 투명하게 알린다. 그러나 대다수 외국계 IT 기업은 여전히 정보 공개를 꺼린다. 한국MS와 한국오라클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등 대형 IT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년간 지지부진해 온 외국계 IT 기업의 베일을 벗기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국회가 법 개정을 이끌었다. 유한회사도 외부 감사를 받고 주요 재무 정보를 공시하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안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이 시행되면 직원 수 정도의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국내 기업의 역차별 논란도 없어진다.
외국계 IT 기업 내부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MS, 한국오라클은 국내 지사를 설립한 이래 30여년 동안 노동조합이 없었다. 외국계 기업은 IT업계에서 고연봉과 복지, 다양한 혜택이 보장되는 곳으로 통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등 강력한 신생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생존 경쟁이 시작됐다. 국내 지사를 둔 외국계 IT 기업도 피할 수 없었다. 조직 개편에 따른 갑작스런 인사 이동, 희망 퇴직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의사 결정을 공유하는 창구가 없었다. 국내 직원들은 외국 본사의 일방 통보에 끌려 다녔다. 한국MS, 한국오라클이 30여년 만에 사내 노조를 만든 것은 투명한 회사 운영과 정보 공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명한 경영이 기업 내외부에 신뢰를 만든다. 세계 IT업계를 주름잡는 기업이 투명 경영에 소극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다. 법 시행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보를 공개할 지경에 이르렀다. 더이상 핑계를 찾지 말아야 한다. 본사, 지사 구분 할 것 없이 투명 경영은 기업 운영의 기본이다. 외국계 IT 기업 스스로가 베일을 벗어야 할 때다.
[전자신문 CIOBIZ]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