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없다

2017-12-01     [전자신문 CIOBIZ]김지선 기자
정부가 최근 내년도 국가정보화 예산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클라우드컴퓨팅 부문이다. 올해보다 약 1000억원 는 5056억원을 투입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부문보다 약 두 배 많은 금액이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공공 클라우드 시장도 성장할까.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여전하다. 내년도 예산이 증가하더라도 시장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받느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서비스형인프라(IaaS)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보안 인증을 받은 지 약 1년 지났지만 주목할 공공 고객 사례조차 없다. 공공 IaaS 시장은 신규 시장을 찾기 어렵다. 그 이유를 현재 운영되는 공공 시스템 관리 방향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2004년 범정부 통합 전산 환경 구축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하고 2004년에 정부통합전산센터(이하 통전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를 설립했다. 2006년께 24개 부처 정보 시스템을 통전센터로 이전했다. 이후 통전센터에서 주요 부처와 공공기관의 시스템 관리가 이뤄졌다. 클라우드로 시대가 바뀌었다. 통전센터는 2011년 범정부 차원의 클라우드 컴퓨팅 시범센터를 개소하고 클라우드 전환(G-클라우드)을 시작했다. 지난해 47개 부처 570여개 업무 시스템이 G클라우드로 전환했다. 올해에는 700여개(누적) 부처 업무 시스템이 전환될 예정이다.

부처와 공공기관이 KT, 네이버 등 민간 IaaS를 택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제공하는 'G클라우드'에 입주하면 된다. 업계에서 우스갯소리로 “G클라우드와 영업 경쟁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G클라우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비용 절감과 보안, 정부 자원 공유 등 정부 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많은 부처와 공공기관은 별다른 고민 없이 G클라우드행을 택한다.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받기도 수월하다. 민간 클라우드 업체는 G클라우드보다 어떤 이점을 제공하는지 보여 주지도, 설득하지도 못했다. 영업력에서 G클라우드에 밀린 셈이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기업 성장에 이로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클라우드법 국회 통과 이후 2년 동안 기업은 열리지 않는 공공의 현실을 경험했다. 현 상황에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성공 사례를 발판으로 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늦을 뿐만 아니라 힘도 든다.

그나마 공공과의 협업 모델이 바람직하다. 좀 더 적극화된 제안 방식 영업이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1500억원 규모의 클라우드 사업을 대표로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기업이 비용을 분담하는 대형 국책 과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행될 경우 지자체와 기업 모두에 이득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논할 때 미국 중앙정보국(CIA) 사례를 많이 언급한다. 2014년에 클라우드 보안 우려로 기업들이 도입을 꺼릴 때 CIA는 앞으로 10년 동안 민간 클라우드를 일부 이용한다는 파격 발표를 했다. 이 사례를 기반으로 미국 클라우드 사업자는 기업과 해외 시장까지 공략했다.

“어차피 공공 시장을 공략해 봤자 남는 이윤도 없고, 쓰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냥 기업이나 구글처럼 개인 클라우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게 더 낫다. 왜 공공 시장에서 먹거리를 찾느냐.” 최근 만난 한 부처 공무원이 전해 준 이야기다.

IaaS뿐만 아니라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플랫폼(PaaS) 등 클라우드 시장이 성장하려면 원점에서 클라우드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더 이상 공공 시장만 바라보기엔 국내 클라우드 기업이 가야 할 길이 멀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전자신문 CIOBIZ]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