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데이터 패권 세계전쟁, 우리나라는 무엇을 준비하나
2017-12-17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 기자
중국 인터넷병원 '주이(就醫)160'(160은 콜센터 번호)의 환자는 1억3000만명이다. 의사는 44만명이다. 2011년에 설립돼 중국 증시에 상장됐다. 주이160은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린다. 한국 의사를 섭외해 한국 국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이160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구글과 주이160 외에도 많은 기업이 해외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들은 막대한 비용을 쏟아 가면서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 할까. 공익 서비스를 앞세워서 무엇을 얻는 것일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데이터다. 데이터 패권을 위한 세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구글이 무료 와이파이를 세계 곳곳에 제공하는 것도 주이 160이 외국 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데이터 확보가 목표다. 구글은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그 대신 그들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가져간다. 주이 160은 전 세계인의 건강 데이터를 확보한다.
세계가 데이터 주도권 전쟁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기반의 서비스는 모두 데이터 분석 기반이다. 병원에서 AI를 도입해도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스스로 경기를 펼쳐서 데이터를 생산하는 '알파고 제로'가 기존의 '알파고'를 이기는 것도 같은 이유다. 양질의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그 이상의 서비스를 구현한다.
정부도 지난 몇 년 동안 공공 데이터 개방에 나섰다. 아직은 활용에 한계가 있다. 데이터 품질은 물론 주요 데이터 개방에도 소극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데이터 개방이 기관별로 이뤄짐으로써 산만하다. 그나마도 정권 교체 후 전 정부의 산물로 여겨지면서 관심이 줄었다.
금융기관, 통신사도 개인 정보 보호와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 금지 규제로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쉽지가 않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아직도 여러 규제로 데이터 패권 세계 전쟁에 참전할 준비조차 갖추지 못했다.
영국 정부는 그동안 빼앗긴 데이터 확보를 위해 데이터 주권 정책을 마련했다. '마이데이터' 정책이다. 초기 소비자 권리 확보를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데이터를 원 주인인 개인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초기 소비자 권리 운동으로 시작된 마이데이터는 개인 중심의 데이터 공유 개념으로 확대됐다. 데이터가 공유돼야 가치가 커지는데 지금은 구글, 페이스북 등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아닌 개인 주도의 데이터 공유를 제시한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은 있지만 데이터 패권 세계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