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기업, 위축된 자금시장 ‘무상증자’ 활용법 주목
거래활성화, 투심자극, 유증흥행 당근활용 등 재무여력·주주친화 의지 내비치자 주가 뜀박질
2020-06-08 정재로 기자
[프레스나인] 최근 바이오기업들의 무상증자 결정이 잇따라 주가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시장이 위축된 상황이라 무상증자 활용법이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일 보통주 및 전환우선주 1주당 1주(100%)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주가는 곧장 상한가로 직행했고 이후 묻혔던 이전 4·5월 기술수출 재평가로 이어지며 주가는 일주일만에 60% 넘게 상승했다.
레고켐바이오가 무상증자를 결정한 목적은 거래량 활성화다. 레고켐바이오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장기간 보유 중인 소액주주 비율이 높았던 터라 실제 거래주식수는 20~30%에 불과했다. 시가총액이 엇비슷한 타 바이오기업에 비해 거래량이 크게 떨어졌다. 무상증자를 계기로 유통주식 거래량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며 주가는 급등했다.
에이치엘비는 대규모 유상증자의 성공적인 흥행을 위해 무상증자를 적절히 활용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3월 약 3200억원의 주주배정 유상·무상 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로 신주 10%를 발행하고 이후 증가된 주식 수의 10%에 대해 무상증자를 다시 진행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유상증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무상증자를 주로 활용한다. 기존 주주가 유상증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연이은 무상증자 발행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실권주 공모에 참여하도록 유인한다.
여기에 주가하락 위험도 상쇄시키는 효과도 함께 얻는다. 유증의 흥행을 위해 대체로 신주를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발행하게 되는데 기존 주주들의 주식 매도를 부추길 수 있다. 무상증자 권리락으로 주식이 상대적으로 싸게 보이는 효과는 물론, 배정일까지 주식을 보유하도록 유인하는 등 주가하락 예방효과도 볼 수 있다.
에이치엘비의 유증은 워낙 대규모였던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던 시기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난달 28~29일 주당 7만8700원의 발행가 기준으로 청약 100% 초과 달성하며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했다. 무상증자 카드가 유상증자 참여를 유인하는 당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지난달 26일 유무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권리락일 전날인 4일까지 주가는 20% 넘게 상승했다.
앞서 메디팩토, 케이피에스 역시 무상증자를 통해 투자심리를 끌어 올렸다. 메드팩토는 코스닥 상장 4개월만인 지난 4월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해 이목을 끌었다. 무증은 면역관문 억제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며 주가가 뜀박질했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백토서팁·글리벡 병용투여 임상 1b상에 대한 중간결과를 공개한데 이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목적 임상 2상 계획을 신청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무상증자 공시 전(4월28일) 3만5750원이었던 주가는 현재(5일 종가 기준) 6만3100원으로 70% 넘게 상승했다.
케이피에스 역시 지난달 신생 바이오 제약사 빅씽크가 발행하는 60억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분 (45.35%)을 확보함과 동시에 1주당 2주의 비율의 무상증자를 실시해 시장에 시선을 끌었다. 빅씽크는 미국의 Puma Biotechnology, Inc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첫 번째 파이프라인으로 ‘네라티닙’(Neratinib, NERLYNX)을 확보한 바이오기업으로 케이피에스의 바이오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는 일종의 이벤트로 무상증자를 활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주식으로 나눠주는 무상증자는 통상 주가상승의 호재로 작용한다”며 “거래활성화는 물론 자금에 여력이 충분하고, 주주친화 정책 의지가 간접적으로 비쳐지면서 무상중자 이후 주가가 탄력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