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복합그룹]현대차·기아, 현대캐피탈·현대카드·현대커머셜 이사회 장악…금감원 "대주주 영향력 주의"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 현대캐피탈 이사회 의장 외 현대카드·현대커머셜 기타비상무이사 겸직 금감원 경영유의 조치에도 이사회 의장 선임 강행 이준근 서울PMC 감사는 현대카드·현대커머셜 이사 겸직 현대차증권, 현대차 출신이 대표이사와 재경실장 차

2023-06-23     김현동 기자
현대캐피탈 '2022년/2021년 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 공시

[프레스나인] 현대차금융복합기업집단은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의 재무총괄책임자(CFO)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의 이사회에 모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은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의 리스크 전이에 대한 차단과 감독을 위해 마련됐다는 점에서 현대차금융복합그룹은 이 같은 금융과 산업 간의 분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현대캐피탈의 '2022년 금융복합기업집단 현황' 공시에 따르면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현대캐피탈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비롯해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고 있다. 서 부사장은 2021년 3월24일부터 3개 금융회사의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이사회는 올해 3월29일 임시이사회에서 서강현 기타비상무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현대차금융복합기업집단에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금감원은 올해 1월17일 현대차금융복합기업집단에 보낸 경영유의사항에서 "현대캐피탈 이사회는 현대차 금융복합기업집단의 대표금융회사 이사회로서 소속비금융회사로부터의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 차원의 최종심의·의결기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주주에 의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 등에 유의하라"고 했다. 사실상 이사회 의장 선임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서강현 부사장 외에 주우정 기아 사내이사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서강현 부사장과 주우정 부사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직 재경본부장이라는 점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 행사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지분율 59.68%)과 현대카드(36.96%), 현대커머셜(37.50%)의 최대주주다. 기아도 현대캐피탈의 의결권 지분 40.10%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카드 지분도 6.48% 갖고 있다.

또한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취급잔액 중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이 100%에 육박한다.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취급잔액 중 현대차 비중은 63.53%에 이른다. 기아 상대 할부금융 취급잔액도 5조3976억원으로 그 비중이 35.25%다. 현대커머셜의 할부금융 취급잔액 중 현대차와 기아의 비중 역시 각각 58.27%, 0.28%다.

현대캐피탈 등 할부금융회사의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의존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재경본부장이 이사회에 참석하다 보니 비금융회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와 기아의 현직 임원이 현대캐피탈 등의 이사회에 참석하는 것만이 아니다. 현대글로비스 HR실장을 지낸 유흥목 상무는 2021년 10월부터 현대캐피탈의 경영지원담당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정주용 상무는 현대차 글로벌판매지원1실장 출신이다.

현대차증권 최병철 대표이사는 현대차 재경본부장 출신이다. 현대차 재무관리실장을 역임했던 김상철 상무는 2018년 현대차를 떠나 현대차증권 재경실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적립금 가운데 확정급여형(DB)의 90% 가까이를 현대차 등 비금융회사를 통해 적립하고 있다.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영업은 현대차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비금융회사 출신이 대표이사와 함께 재경실장까지 맡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