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에 '고금리'까지…은행 조달부담 가중

가계대출 정체에 은행채 발행규모 위축, 8개월간 28.3조 순상환 1%대 발행했던 은행채 차환금리 4% 육박

2023-07-03     정재로 기자

[프레스나인] 저원가성 예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에 따른 은행채 차환 이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 올 상반기 만기도래한 은행채(2·3·5년물 기준) 평균금리는 1.76%(93건)로 같은 기간 발행 평균금리(155건 기준) 3.84%와 200bp 이상 금리차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가계대출 정체로 은행들 자금조달 원동력이 떨어진데다 차환 금리차도 워낙 크다보니 전체적으로 은행채 발행 규모가 위축됐다. 

올해 순상환된 은행채만 21.9조원으로 이 중 5대 은행은 9.2조원(상환 41.8조원/발행 32.6조원)을 차지했다. 5대 은행이 상반기에 상환한 절반가량인 22.7조원은 금리가 널뛰기 전인 작년 1분기 이전에 발행된 물량이다.

주요 조달 창구 중 하나인 은행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는 2020년·2021년으로 이 시기 순발행 규모만 75.3조원에 이른다. 당시 저금리로 찍어낸 2·3년물 은행채가 올해 고금리로 차환되면서 금리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지속적으로 빠져나가는 저원가성예금도 골머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예금은행 저원가성예금(수시입출식+요구불예금) 잔액은 850조원으로 올해 들어 49.2조원이나 이탈한 반면, 상대적으로 조달비용이 높은 정기예금이 18.6조원 늘어나는 등 정기예금이 저원가성예금의 빈자리를 상당부분 대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분기 저원가성 예금이 94.4조원으로 1년 전의 121.9조원 대비 22% 이상 급감하면서 NIM(1.65%)이 전기대비 3bp 하락했다. 하나은행도 1.74%→1.68%(6bp), 신한은행 1.67%→1.59%(0.8bp) 각각 떨어졌다. 국민은행도 저원가성예금이 크게 감소했지만 자산 리프라이싱 및 탄력적 조달 포트폴리오 관리로 NIM이 1.79%로 2bp 소폭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은행들이 올해 일제히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등 여신금리가 하방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저원가성예금 이탈과 은행채 금리상승이 계속해 이어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은행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내 발행 금융채(한국예탁결제원 기준) 연도별 평균금리는 ▲2020년 1.89%(910개) ▲2021년 2.10%(1680개) ▲2022년 4.30% ▲2023년(상반기) 4.47%(1526개)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