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계부채 부담에 기업여신 공략…하반기 기업금융 각축전 예고
경기침체 속 가계부채 상승전환 경고등, GDP比 부채비율 100% 초과 은행들 하반기 영업전략 ‘기업’ 우선순위, 대기업 여신 가파른 상승세
[프레스나인] 주요 은행이 가계부채의 부실을 우려해 영업전략을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금융 쪽으로 집중해 나가고 있어 하반기 기업여신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만에 5.9조원 늘어 사상 최대인 1062.3조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도 2021년 9월(6.4조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불안이 여전히 지속됨에도 가계빚은 4월부터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05%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고 경고하고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전 세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예금은행들도 가계대출 부실을 의식한 듯 여신의 무게 추를 기업으로 이동 시키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제외) 5월 잔액은 지난해말 대비 11.5조원(902.5조원→891조원) 감소하는 등 적절히 억제되고 있는 반면, 기업대출(금융감독원 통계 기준)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상반기에만 총 39.8조원이 증가했다. 대기업이 16.6조원, 중소기업이 23.2조원(개인사업자 3.4조원) 증가했다.
기업여신 공략에 가장 공을 들여 온 하나은행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금융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고 하반기에도 기업여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나은행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육성할 예정으로 기업금융 플랫폼 사업 확장과 연금·IB·외환·자금시장의 강점을 키워 차별화·전문화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기업금융 강화를 예고한 상태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올해 상반기는 리스크관리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면 하반기는 ‘기업금융 명가 부활’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특히 이날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 어젠다에 대해서는 조병규 신임 은행장 등 자회사 임직원들과 활발한 토론을 통해 구체적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이재근 행장 취임 이후 변화의 조짐을 보이던 국민은행도 올해 대출자산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여신 비중이 가계여신 비중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옛 주택은행과 옛 국민은행 합병 이후 줄곧 가계여신 위주로 자산 성장을 추진하던 흐름에서 대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 기업대출금은 164.2조원으로 총 원화대출금(326.7조원)의 50.3%를 차지했다. 201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가계여신 비중은 60%대로 기업여신 비중 40%대를 압도적으로 넘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 기준 2분기 가계대출은 550.3조원에서 548.1조원으로 소폭 하락한 반면, 기업대출은 591.2조원에서 607.6조원으로 약 16.4조원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의 경우 통상 기업여신이 가계 보다 낮다 보니 경기침체 상황에서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은 최대한 억제한 반면, 상대적으로 채권이 우량한 대기업 등 기업대출에 비중을 더 높여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