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생명 주도 '단기납 종신보험', 금감원 뒷북제동
1분기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 전년比 24.2% 늘어 DGB‧AIA‧메트라이프‧신한라이프‧한화‧동양 등 신계약 증가폭 커 환급률 100% 넘는 상품 설계로 납입기간 종료 후 대거 해지 전망
[프레스나인] 금융당국이 삼성·한화생명 등이 주도하고 있는 10년 미만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뒤늦게 제동을 걸었다. 생명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 기준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매진했지만 향후 수익성 악화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우려에서다. 과거 양로보험 판매로 자산규모 100조원을 돌파한 뒤 역마진 우려를 낳았던 것이나, 저해지 보험에 대한 우려에도 사후 대응에 급급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대응도 논란이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생명보험사의 올 1분기 누적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는 38만6856건이며 누적금액은 17조5448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계약건수는 24.2%, 금액은 37.6% 증가했다.
1분기 한화생명의 종신보험 신계약 누적건수는 6만621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1.2% 증가했다. 누적금액은 4조13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조5760억원 늘었다. 22개 생보사 종신보험 신계약 누적금액 증가분(4조7911억원)의 53.8%를 한화생명이 차지한 것이다. 특히 작년 1분기의 종신보험 신계약 누적금액은 삼성생명(3조1580억원)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753억원 차이로 따돌리고 생보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4월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기존에 판매된 종신보험은 장기납 상품으로 저축성보험처럼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보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이 늘어난 이유는 단기납 상품의 판매 확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종신보험에서 단기납 종신보험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초회보험료를 기준으로 2019년 8.4%에 불과했지만 2021년 30.4%로 증가했으며 작년 상반기에는 41.9%를 기록했다. 올해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도 단기납 신상품을 출시하고 판매 경쟁에 뛰어들며 작년보다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보사들이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열을 올린 이유는 IFRS17 시행이다. IFRS17에서는 보험부채 중 보험계약마진(CSM) 비중이 높을수록 보유계약에 내재된 보험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높을수록 CSM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판매된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이 고객들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이다. 최근 판매된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 중간에 해약하면 매우 적은 환급금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납입기간 종료 후에는 계약 유지보너스를 더해 평균 보험료의 110%에 가까운 환급금을 지급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납입기간 동안 보험 보장을 받고 납입기간 종료 후 그간 낸 보험료보다 더 많은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험금 납입종료(원금보장) 직후 해지가 급증할 경우 생보사들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1분기 대비 올해 종신보험 신계약 건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DGB생명이다. 작년 628건에서 4908건으로 681.5% 늘었다. 다음으로 AIA생명 312.2%(188→775건), 메트라이프생명 221.9%(7665→2만4671건), 신한라이프생명 64.7%(1만5743→2만5929건), 한화생명 51.2%(4만3787→6만6215건), 동양생명 43.8%(4만9297→7만902건) 등의 순이다. 최근 종신보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신계약 다수가 단기납으로 추정된다.
손보업계는 모든 회사가 중도해지율 등 여러 가정을 적용하고 손익가이드라인에 따라 해지환급률을 산출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상품 특성에 따라 단기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장기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보험은)5년 또는 7년 이후의 환급률이 100% 이상 달성하기에 기존의 일반 장기납보다 해지율이 높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면서 “(상품 설계 때)어느 정도의 예상해지율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5년 후 해지율 증가도 아직은 가정인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고객서비스를 높이겠다”면서 “만약 대량 해지가 이뤄진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이나 자금조달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백만인을 위한 종신보험 플러스’ 상품은 매년 사망보험금이 늘어나 가입 20년 후에는 200%까지 증가한다”면서 “환급률만 보고 가입하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망보장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분들도 있기에 장기적으로 상품을 유지하는 고객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무·저해지 단기납 종신보험의 과도한 유지보너스 지급을 제한하는 등 저축성보험처럼 상품을 설계하는 행태를 막겠다고 밝혔다. 7년납 미만은 납입완료시 환급률을 100% 이하로 정하거나 납입종료 후 10년까지는 장기유지보너스 지급을 금지하는 등이 방식이다. 금감원은 무·저해지 형태의 단기납 질병·치매보험 등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상품구조 개선을 위한 감독행정을 즉시 시행하고 기존 판매상품은 8월 말까지 개정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보험상품 판매 중지로 인한 절판마케팅 등 불건전 영업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험사 내부통제 강화 지도에도 힘쓸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