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대출 쏠림에 국민銀 이어 우리銀 '기업〉가계' 역전

가계대출 부진에 기업영업 집중, 대기업 여신 2년새 52% 성장 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 모두 기업여신이 가계 앞질러 '기업금융 부활' 선언에 우리은행, 1년만에 기업대출 가계대출 추월 국민은행, 기업여신 비중 50% 넘어서

2023-08-02     정재로 기자

[프레스나인] 5대 은행이 대출자산 포트폴리오를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국민은행에 이어 우리은행도 기업대출 비중이 가계대출 비중을 추월했다. 국민은행은 이재근 행장 취임후 기업대출 영업에 집중하면서 올해 들어 기업여신 비중이 처음으로 가계여신을 앞질렀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에 강점을 보이던 우리은행은 손태승 회장 시절 가계대출에 집중했다가 임종룡 회장이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외치면서 1년만에 기업여신이 가계여신을 추월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이 처음으로 가계여신을 앞질렀다. 우리은행 기업(132조4600억원) 여신이 2분기를 기점으로 가계(131억4130억원)를 역전했다. 국민은행 기업대출금(167조2760억원)도 상반기 가계대출(162조9950억원)을 넘으며 비중 50%를 넘겼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여신이 가계대출을 처음으로 추월함에 따라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 모두 기업금융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대 은행 총 기업대출 규모는 713.7조원으로 2년만(2021.2분기)에 21.9% 증가했다. 하나은행이 31%(119.1조원→155.6조원)로 증가율이 가장 컸고, 이어 농협은행 25%(82.9조원→103.4조원), 국민은행 22%(137.3조원→167.3조원), 신한은행 19%(130.8조원→155조원), 우리은행 15%(115.3조원→132.5조원) 순이었다.

기업여신 가운데에서도 우량기업인 대기업 중심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 5대 은행 대기업 여신은 2년 사이 52%나 성장했다. 하나은행(25.9조원)이 90%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고 국민은행(33.6조원) 78%, 농협은행(17.6조원) 43%, 우리은행(20.5조원) 23%, 신한은행(12.8조원) 14% 증가했다.

주요 은행들이 2020년 이후 바젤Ⅲ를 조기도입하면서 가계대출 억제와 함께 코로나19 금융지원 차원에서 기업대출을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바젤Ⅲ를 적용하면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자산가중치가 100%에서 85%로 조정된 까닭에 자본부담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자금여력이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 한국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가계부채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05%로 우리 경제의 큰 불안 요소로 지목하는 등 최근 가계부채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전략을 짜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하반기에도 기업금융 각축전이 예고된 상태다. 기업여신 공략에 가장 공을 들여 온 하나은행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금융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고 하반기에도 기업여신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은행도 하반기 기업금융 강화를 선언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 “올해 상반기는 리스크관리에 최우선 가치를 뒀다면 하반기는 ‘기업금융 명가 부활’ 및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기반으로 ‘하반기 재무목표 달성’을 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바 있다.

자료/각 행 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