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거버넌스포럼 "현정은 회장,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장 물러나야"

2023-08-24     김현동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주주 현황, 이사회 구성원, 이사회 위원회 구성현황

[프레스나인] KCGI자산운용에 이어 기업거버넌스포럼이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게 이사직과 모든 보직에서 퇴임할 것을 요구했다. 현 회장이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회사에 손실을 끼쳤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음에도 회사 차원의 조치가 없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은 지난 23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 보낸 서한에서 "이사회 의장이자 사내이사인 현 회장의 사내이사로서의 적격성을 재검토해달라"면서 "일련의 소송의 당사자가, 회사의 상근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은 심각한 이해관계 충돌의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다국적 승강기업체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대표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현 회장과 한상호 당시 대표이사에게 1700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 회장은 파생상품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충분한 검토가 없었음을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으므로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해 부담하는 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현 회장은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옛 현대상선(현 HMM)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스왑계약을 체결했다. 주식스왑계약 체결 후 현대상선 주가 하락으로 인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수 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KCGI운용은 "법령상의 결격 사유 외에도 현 회장이 현대무벡스의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 현대아산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는 등 과도한 겸임과 함께 지난 3년간 기업실적 부진에도 현대엘리베이터와 그 계열사로부터 120억원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고 지적했다.

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논평을 통해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의 이사회와 모든 보직에서 퇴임해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거버넌스포럼은 현 회장의 법적 책임이 인정됐음에도 이사회 차원의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와 감사위원회는 본건 거래에 관련하여 내부조사 절차를 시작하고 연루된 임직원들에게 적정한 징계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KCGI운용 역시 "현재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변경하고, 역시 사외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 추천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는 현 회장이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는 사내이사인 조재천 대표이사와 김호진 전략기획본부장이 정영기·서창진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조재천 대표이사와 김호진 본부장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어 사외이사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사위원회만 정영기.서창진.박민.김정호 등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