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 재현에 국내은행 건전성 리스크 다시 부각
美국채 상승 등 긴축 장기화 전망에 국내 채권·환율 일제↑ 연체율 따른 충당금 확대, 채권손실·위험자산 증가 불가피
[프레스나인] 미국 긴축정책 장기화 우려로 금리와 환율 오름세가 가팔라지자 은행 건전성에 다시 한 번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고금리·고환율 재현으로 은행 충당금 확대와 채권평가손실과 위험가중자산 증가 영향으로 자본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금리동결 결정에도 연내 추가인상 가능성 등 장기적인 고금리정책 의지를 내비치자 최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국내 3·5년물 국채금리는 1년여 만에 4%대에 재진입하는 한편 원·달러 환율도 1363.5원까지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파장도 커지고 있다. 금리역전과 환율상승에 외국인이 지난달 이후 약 한 달여 만에 3조원을 순매도하는 등 국내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작년 고금리·고환율 현상이 재현되면서 국내은행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기업대출의 확장과 환율상승이 겹치며 위험가중자산까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자본비율이 다시 하락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5대 은행은 금리인상 효과로 은행이 상당한 순이익을 시현하긴 했지만 당기손익과 분리된 채권·주식 등의 보유 금융상품(기타포괄손익)은 고금리 역효과로 ▲국민은행 1조4212억원 ▲신한은행 1조736억원 ▲하나은행 6334억원 ▲우리은행 4991억원 ▲농협은행 5805억원 등 총 4.2조원 평가손실이 났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대출 크게 늘기 시작한데다 환율 상승 등으로 위험가중자산까지 크게 늘면서 자산증가분이 자본 성장률을 상회한 까닭에 지난해 대규모 이익 시현에도 자본비율은 위축됐다.
고금리·고환율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은 유상증자에 나선 농협은행(18.14→18.41%)을 제외 한 ▲국민은행이 전년동기 대비 1.85%p(18.68→16.83%) ▲신한은행 1.03%p(18.54→17.51%) ▲하나은행 0.98%p(17.52→16.54%) ▲우리은행 1.47%(16.65→15.18%) 크게 하락했다. 5대 은행 합계 위험가중자산은 처음으로 900조를 넘어섰다.
작년 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인해 올해 연체율 상승과 부실우려채권이 급증한데다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최근 금리·환율 변동이 은행 건전성 리스크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주식과 채권, 원화가 일제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은행권 연체율, NPL이 악화가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금리가 다시 치솟을 경우 가계부채와 부동산PF 리스크로 인해 건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