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위너스운용 닛케이225옵션 항소심, "'마진콜없는 반대매매'는 고객신뢰 저해"

서울고법 KB증권-위너스자산운용 닛케이225 옵션 손해배상 항소심 변론진행 전문가 증인 "표준약관에 따른 장중 반대매매 정당" vs. "고객에게 불리해 이해상충" KB증권 파생상품거래약관 '파생상품 장중 반대매매' 규정, 거래설명서ㆍ업무매뉴얼엔 옵션 규정 없어

2023-11-09     김현동 기자

[프레스나인] KB증권과 위너스자산운용의 닛케이225 옵션 항소심에서 KB증권이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을 일방적으로 적용했다는 전문가 증언이 나왔다. 급격한 시세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증거금 납부요구도 없이 강제청산을 진행해 고객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KB증권 측은 약관에 따라 반대매매를 실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8 민사부는 KB증권이 위너스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15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 변론을 지난 8일 진행했다. 이날 변론에는 박선종 숭실대 법학과 교수와 김준송 전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증권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교수와 김 전 대표는 재판의 최대 쟁점인 유럽형 옵션의 반대매매 요건과 관련해 "닛케이225 지수옵션은 유럽형 옵션이라서 만기일 이전에는 권리행사가 가능하지 않고, 옵션가격이 급변하더라도 옵션매수자의 권리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KB증권과 위너스자산운용이 거래한 닛케이225 지수옵션은 만기일에만 거래 상대방 간 거래대금 정산이 이뤄지는 유럽형 옵션이다. 만기일 이전에 옵션가격의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발생하더라도 옵션매수자의 권리행사는 불가능하고, 위탁증거금 납부 등을 통해 계약미이행 등을 막도록 하고 있다.

KB증권은 위너스자산운용의 닛케이225 지수옵션 투자중개업자로 2020년 2월 닛케이225 지수옵션 가격이 급락하자, 반대매매를 통해 위너스자산운용이 설정해 둔 옵션 계약을 모두 강제청산했다. 위너스자산운용은 당시 풋 레이쇼 스프레드(put ratio spread) 전략을 통해 닛케이225 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 머물 경우 이익을 내는 옵션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었다. 풋 레이쇼 스프레드 옵션 전략은 행사가격 근처의 등가격(ATM) 풋옵션을 1계약 매수하고 행사가격에서 먼 외가격(OTM) 풋옵션 2계약을 매도하는 등 일정 비율의 풋옵션 매수/매도 전략을 병행해 손익정산(pay off)하는 거래 방식이다.

KB증권은 2020년 2월28일 닛케이225지수 급락으로 위너스자산운용 파생상품계좌의 평가손실이 급격히 커지자,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청하지 않고 야간거래에서 미결제약정을 모두 청산해버렸다. 해외파생상품시장거래 약관의 '장중에 시세의 급격한 변동 등으로 인해 고객의 평가위탁총액이 위탁증거금보다 낮은 경우 고객에 대해 위탁증거금의 추가예탁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필요한 수량만큼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반대매매하고 예탁한 대용증권을 처분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결정이었다.

그렇지만 유럽형옵션인 닛케이225 지수옵션의 경우 2월28일 야간거래에서 급격한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당일 거래대금 정산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추가증거금 납부를 통해 익일 거래를 재개할 수 있다.

해외파생상품시장거래 약관과 달리, KB증권이 위너스자산운용 등 고객에게 제공한 거래설명서는 해외선물에 대해서만 장중 급격한 시세변동에 따른 강제청산 규정을 뒀으나 해외옵션에 대해서는 '장중 반대매매' 규정이 없다. 또한 직원들의 실무 방법서인 업무매뉴얼에서도 해외선물은 장중 반대매매 규정을 둔 반면, 해외옵션에 대해서는 별도의 업무매뉴얼이 없다.

'유럽형 옵션인 닛케이225 옵션에서 장중 반대매매 필요성이 있나'라는 피고 측 소송대리인의 질문에 박 교수는 "그런 상태가 돼서 반대매매한 것이다"고 답한 반면, 김 전 대표는 "강제청산 필요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KB증권의 약관에 따라서 급격한 시세변동에 따른 강제청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김 전 대표는 닛케이225 지수옵션이 유럽형 옵션이라서 위탁증거금 추가납부 요청만 했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위너스자산운용같은) 전문가라면 (해외선물에 대한 장중 반대매매 규정이 해외옵션에도 적용된다고) 인식할 수 있다. 광의로 해석하면 해외옵션에 대해서도 쓸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김 전 대표는 "(해외선물에 대한 장중 반대대매 규정을 해외옵션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만약 KB증권이 2020년 2월 당시 위너스자산운용에 대해 마진콜(가격 20% 변동에 따른 평가손실 증가로 인한 추가 증거금 납부요청)을 했고, 위너스자산운용이 증거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장중 반대매매가 가능하냐는 질의에는 두 증인 모두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진콜 요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의 강제청산은 불가피하다는 공통된 답변이다. KB증권은 2020년 당시 위너스자산운용에 마진콜 요청을 하지 않은 채 반대매매를 강행했다.

KB증권의 마진콜없는 반대매매에 대해, 박 교수는 "표준약관에 따라서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김 전 대표는 "해외에서는 증권회사가 마진콜을 하지 않고 미결제약정을 즉시 청산하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없다. 증거금 인상으로 처리한다"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마진콜없는 반대매매가 고객, 중개업자, 거래소, 시장 중에서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라는 질의에 박 교수와 김 전 대표는 공히 "중개업자의 이익"이라고 답했다. 추가증거금 납부요청을 하지 않고서 강제로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정리하는 것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마진콜없는 반대매매는 장기적으로 국내 증권사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국제적인 룰(Rule)에 맞지않는 코리안 디스카운트 요인이며 끝도 없는 분쟁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마진콜없는 반대매매 규정은 고객에게는 나쁜데 나(중개업자)한테는 좋다는 점에서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고, 내부자거래 우려가 있다. (고객과의) 신뢰를 건드릴 수 있는 사안이라서 내가 당사자였다면 (장중 반대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정찬우 부장판사)는 지난 1월 이 사건의 1심 선고에서 KB증권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야간장에서 반대매매는 KB증권이 약관에 따라 위너스자산운용과 논의를 거쳐 단행됐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