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AI플랫폼 美시장 본격 진출 시동…'볼파라' 인수 추진

볼파라 지분 100%, 약 2525억원에 인수 계약 외부차입 등 인수자금 마련 계획, 美시장점유율 42% 유방촬영 데이터 1억장 확보, 글로벌시장 내 초격차 발판 마련

2023-12-14     김선 기자

[프레스나인]  "미국 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볼파라 인수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루닛이 유방암 특화 AI 플랫폼 기업 '볼파라헬스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 인수에 나서면서 서범석 루닛 대표이사가 전한 말이다. 

14일 루닛은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사회를 통해 볼파라의 100% 지분을 1억 9307만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볼파라 인수는 루닛 창립 이래 해외 유망 의료AI 기업을 인수하는 첫 사례다. 이번 인수를 통해 루닛은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확보하고, 동시에 미국 내 자체 AI 솔루션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

루닛이 처음으로 선택한 볼파라 기업은 지난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으로 미국 시애틀에 위치해 미국 내 임상 및 영업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지난 2016년 4월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을 미국시장에 집중 공급해 매년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천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볼파라는 유방암 조기 진단과 검사 과정의 워크플로우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중심으로 미국시장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또한 120건 이상의 특허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유럽 CE 인증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볼파라만의 강점이다. 

대표 제품인 '볼파라 덴서티'는 유방 조직의 밀도를 정량화해 유방암 위험 평가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으로 2차원 유방촬영술과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모두에서 유방 밀도에 대한 객관적 측정값을 제공한다. 

유방암 검사에서 유방 밀도 측정은 미국 내 다수의 주에서 법제화 시킬 만큼 유방암 검진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유방 조직 밀도를 정확히 측정해 위험 정보를 제공하는 볼파라 덴서티 제품의 활용도 지속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볼파라 리스크'는 개인 맞춤형 유방암 위험 평가를 제공하는 솔루션으로 환자의 개인적 위험 인자 및 유전적 요소 등 환자의 개별 요인을 고려해 유방암 위험 정도를 측정한다. 이 제품은 유방촬영 이미징 분석에 더해 환자 고유의 임상 정보를 포함시켜 정밀 분석함으로써 환자별 맞춤형 진단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어 실시간으로 피드백 제공을 통한 검사 과정의 자동화 및 품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솔루션 '볼파라 페이션트 허브'와 객관적인 품질 지표 및 자동화된 보고를 통해 의료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볼파라 애널리틱스' 등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 데이터들은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는 등 이례적으로 법적분쟁 가능성을 모두 해소한 것으로,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천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루닛은 볼파라 데이터를 활용해 주로 동양권 여성의 데이터를 학습한 루닛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및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 제품 고도화를 꾀할 예정이다. 

나아가 루닛은 볼파라가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초거대 AI에 적용시켜 완벽에 가까운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로 추진하는 자율형 AI(Autonomous AI) 구축에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볼파라는 지난 2021년 전년대비 57% 증가한 197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58억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32% 증가한 26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매출도 전년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82억원)를 달성하는 등 최근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CACR)이 63%에 이른다. 

특히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매출 구조가 병원과의 장기 계약을 통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연간 구독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추후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볼파라는 설립 이후 연구개발(R&D)에 매진하면서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다만 손실 규모는 지난해 164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32억원)에서 올해 98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79억원)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를 인수한 이후 양사의 사업적·재정적 시너지를 통해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앞으로 루닛이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다"며 "향후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