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최고의 기부자' 약속 지켰다…미래에셋컨설팅 최대주주 포기·공익법인 기부약정

미래에셋희망재단과 미래에셋컨설팅 의결권 지분 25% 기부약정 체결 공익법인 주식보유 법적 규제 개선 촉구도 박 회장 장남 박준범,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11.5%로

2024-01-02     김현동 기자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왼쪽)이 2023년 12월26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미래에셋희망재단 김승건 이사장과 주식 기부약정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레스나인]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한국 최고의 부자가 아닌 기부자가 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최상단 지배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의 최대주주 지위 포기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박 회장은 공익법인을 통한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규제 개선도 희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 회장이 지난해 12월26일 미래에셋희망재단과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기부를 약속하는 기부약정서를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약정서에서 박현주 회장은 향후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을 25%까지 미래에셋희망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컨설팅 보유 지분은 48.6%로 25%를 기부하게 되면 미래에셋컨설팅의 최대주주는 미래에셋희망재단으로 변경된다.

약정서는 현행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와 관련한 법적 규제(보유한도 및 의결권 제한)가 완화되기를 희망하고, 법적 규제가 개선되는 시점에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을 25%까지 기부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의결권있는 국내법인 주식의 5% 이상 보유를 금지하고, 5% 초과 보유분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기업인들이 그룹 내 자선단체와 공익법인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2000년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주식과 수익금을 수 십조원 기부하며 다양한 자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에는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하는 재단이 지주사(인베스터AB)의 최대 주주로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 수익금은 재단 운영금이 되어 과학·기술·의학 분야 연구 등 공익적 목적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박 회장의 이번 주식 기부 약속은 2세 경영이 아닌 전문 경영인 체제를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회장은 자녀들이 지분을 소유한 채 이사회에 참여하겠지만,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최고의 부자가 아닌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고 했고, 그 일환으로 1998년 미래에셋희망재단(옛 미래에셋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미래에셋희망재단은 박 회장이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설립한 재단법인이다. 설립 이래 국내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학업 및 자기계발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사회 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컨설팅만이 아니라 향후 보유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34.3%), 미래에셋자산운용(60.2%) 주식도 가족간 협의를 통해 기부할 예정이다. 재단을 통한 기업지배라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박 회장이 오랜 기간 약속해왔던 재단 설립을 통한 사회 기여 약속을 구현하려는 취지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향후 미래에셋희망재단에서 기부받은 주식을 통해 한국경제의 근간인 과학기술 발전과 청년인재육성에 쓰여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과거 자서전인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최고의 부자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겠다고 했다"면서 "이번 기부는 그 약속의 실천이고 이제 시작이다"라고 전했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기부 약정 당일 박 회장의 동생 박정선씨는 보유 중이던 미래에셋컨설팅 주식 중 2만5884주(3.33%)를 박 회장의 장남 박준범씨에게 양도했다. 이로써 박준범의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율은 종전 8.19%에서 11.52%로 늘어났다. 박 회장에 이어 2대 주주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