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OCI와 손잡은 이유…상속세 확보·승계 퍼즐 완성
송영숙 회장 등 오너가 3000억 현금화 추정…상속세 재원 마련 송영숙·임주현 & 이화영→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지배구조 재편 장남 임종윤 사장, 가처분신청 등 반발 변수…2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캐스팅보트 관측
[프레스나인] 한미약품이 OCI와 그룹 통합을 전격 결정한 것은 2020년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 타계 이후 거액의 상속세 마련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를 정립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양사의 그룹 통합 계약은 구주 매각, 지분스왑, 신주발행을 통해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OCI홀딩스(27.03%)가 오르는 게 주요 내용이다. 대신 한미약품 오너가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OCI홀딩스(10.37%) 최대주주에 등극한다.
구체적으로 OCI홀딩스는 ▲송영숙 회장과 친인척 2인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744만674주 인수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6305주(현물출자)↔OCI홀딩스 신주 229만1532주(유상증자) 스왑 ▲2400억원 규모 한미사이언스 신주 643만4316주 발행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주식 2065만1295주를 확보한다.
거래금액은 7703억원이지만, 지분 스왑을 제하면 OCI홀딩스가 실제적으로 투입하는 현금은 525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이번 거래로 약 3000억원 정도를 현금화한 것으로 계산된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내야 할 양도소득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주식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의 25%가 부과되는데, 상속 시점인 2021년 3월 취득원가(주가 약 6만5000~7000만원대)가 고평가여서 이번 거래가액(3만7000원대 추산)을 상회해 차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오너가는 OIC홀딩스와 계약을 통해 나머지 상속세 재원을 확보한 셈이다. 상속세는 송영숙 회장이 약 2000억원, 임종윤 사장 등 3명이 각 1000억원대로 총 5000억원대로 알려진다. 지금까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2000억원의 상속세를 납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 임성기 회장으로부터 송영숙 회장이 약 699만여주를, 임종윤·임주현·임종훈 사장이 각 355만여주를 상속받았다.
OCI홀딩스 우군을 끌어들여 안갯속이던 한미약품의 후계구도도 완성했다. 고 임성기 회장으로부터 지분 상속을 받은 이후 아내인 송영숙 회장(12.56%), 장남 임종윤 사장(12.1%), 장녀 임주현 사장(7.29%), 차남 임종훈 사장(7.20%) 등으로 삼남매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경영권 분쟁의 불씨로 남아 있었다. 송영숙 회장의 의중이 관건인 상황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지난해 7월 전략기획실장으로 선임하자 임주현 사장이 후계자로 급부상했다.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를 통해 한미사이언스를 지배해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했다.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가 27.03%로 최대주주에 오르고, 고 임성기 회장과 고향 선후배 사이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1.12%로 2대주주에 자리한다. 임종윤 사장이 11.10%, 임종훈 사장이 6.59%, 국민연금이 6.76% 등의 순이다.
지배구조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10.37%'+'이화영 OCI 회장(6.64%) 등 특수관계인 25.69%'→OCI홀딩스 27.03%→한미사이언스 41.41%→한미약품으로 재편되는 셈이다.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과 한미사이언스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는다.
다만 임종윤 사장이 OCI통합에 반발하고 있어 임주현 사장 중심으로 후계구도 굳히기에 변수로 남아 있다. 임 사장은 독단적인 결정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가처분 신청 등 법정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국민연금 등이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측은 "이번 통합으로 한미약품은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더 강력한 신약 연구개발(R&D)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OCI그룹은 기존에 확보한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제약·바이오 사업 분야와 미국·동남아·일본 등 OCI그룹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