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최태원, SK실트론 사업기회 제공행위 행정소송 승소

서울고법, 공정위 시정명령·과징금 취소 선고 특수관계인에 사업기회 제공행위 사실상 첫 선고 경영권없는 소수지분, 간접 거래행위 등 불인정

2024-01-24     김현동 기자

[프레스나인] 2년 넘게 진행됐던 SK와 최태원 회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상대 행정소송에서 SK와 최태원 회장이 승소했다. 공정거래법 상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행위 금지 조항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제6-2행정부(홍성욱 황의동 위광하 부장판사)는 24일 SK와 최태원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에서 '피고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가 아닐 선고에서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의 근거에 대해 밝히지 않았으나, 공정위의 시정명령 부과 근거가 공정거래법 상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였다는 점에서 법률상의 구성요건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지주회사인 SK㈜는 2017년 LG로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은 총수익스왑(TRS)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SK㈜는 NH투자증권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워머신제6차와 워머신제7차와 TRS 계약을 맺고 19.1%를 사들였다.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TRS 계약을 통해 매입했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이 설립한 키스아이비제16차(19.4%), 삼성증권의 SPC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10.0%)와 TRS 계약을 맺고, 본인 소유의 SK㈜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SK㈜가 SK실트론 잔여지분(29.4%) 인수를 포기하고, 최태원 회장이 잔여지분을 인수한 것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는 SK㈜가 특수관계인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이긴 하나, 영리추구가 가능한 사업기회라고 봤다. 또한 SK㈜ 입장에서 SK실트론 잔여지분은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와의 협업 등을 통한 사업확장과 가치 증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향후 기업공개(IPO)나 배당 등을 추가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그렇지만 경영권없는 소수지분이라는 재무적 투자기회까지 사업기회로 판단할 경우, 다수 기업집단 특수관계인의 지분투자까지 사업기회 제공으로 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당장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사례에서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를 공동인수한 것도 특수관계인에 대한 사업기회 제공으로 봐야 하느냐는 재계의 비판이 제기됐던 대목이다.

또한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가 제공돼야 하는데 SK실트론 잔여지분의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데다 가까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도 사업기회 제공행위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과거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이나 신세계 베이커리 사건, 한화S&C 사건 등은 제공 주체가 수행하던 사업을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사업체에 넘겨준 경우였으나, SK실트론 잔여지분은 이익의 실현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잔여지분 투자는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 불확실하거나 사업상 위험이 큰 사업기회를 선택한 경영상의 판단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재판부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