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T 허용했던 금융당국 입장선회…김주현 금융위원장 "은행, ELS 판매중단 검토"

2019년 고난도 금융상품 도입에도 은행 요청에 ELT 허용 김주현 "ELS 사태 검사 후 제도개선 검토"

2024-01-29     김현동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이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프레스나인]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의 ELS상품 판매와 금융투자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사모펀드 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금지 방침을 밝힌 이후 은행의 ELT에 한해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허용했던 방침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시정)의 옵션매도상품에 대한 개인 판매 금지 제안에 "상당부분 공감한다. (ELS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를 봐서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 ELS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 전체를 어떻게 할 지가 고민이다"고 답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김주현 위원장의 생각에 공감한다. 같은 고위험상품이라도 심플하고 복잡한 걸 나눠서 소비자보호의 실질에 맞는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19년 시행된 이후 3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금융투자상품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창구를 통해서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등을 이번 기회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빨리 논의를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 원칙을 정했다. 하지만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 발표 직후 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여 ELS를 신탁에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의 은행 판매는 허용했었다. 그러면서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H지수 ELS 사태를 막지는 못했다.

당시 ELT를 허용하면서 금융위원회는 "신탁은 대부분 대표적인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이들 일부를 묶어서 판매해 집중 쏠림을 막는 방식이어서 그동안 손실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신탁방식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파생상품 내재 등으로 가치평가방법 등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가 어려운 상품으로서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이라는 점에서 H지수 연계 ELS는 고난도 금융상품이 분명하지만, 신탁에 편입됐다는 점에서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 금지 규제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용우 의원은 "키코사태, DLF 사태와 이번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투자자손실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옵션매도상품에 대해서는 개인판매를 금지하고, 불완전판매시 고객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법에 명시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