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채 차환부담 가중에 시장성수신 급증…우리은행 촉매

금리 인상시기 2년 전 대비 잔액 2배 증가, 올해 상승세 지속 예수금 증가세 둔화ㆍ사채비용도 배증…탄력성 높은 CD 수요↑

2024-04-23     정재로 기자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프레스나인] 은행 자금조달 핵심 창구인 원화예수금의 유입이 둔화되는 가운데 최근 사채 발행금리 상승으로 차환에 대한 부담마저 가중되면서 탄력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장성예금 비중이 커져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양도성예금증서(CD) 및 환매조건부채권(RP), 표지어음 등 은행의 시장성예금 잔액이 금리인상 도입기인 2021년을 전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5대 은행 시장성예금 잔액은 2020년 15.3조원에서 2021년 34.7조원→2022년 48조원→2023년 73.2조원으로 3년 새 5배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성예금 증가는 자금조달 창구 변화와 직결된다. 핵심창구인 원화예수금잔액(5대 은행 기준) 증가율(전년대비)은 2020년 10%(1223조원→1345조원), 2021년 7.4%(1345조원→1444조원), 2022년 5%(1444조원→1516조원), 2023년 2.1%(1516조원→1547조원)으로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추세다. 

여기에 주요 조달처인 사채 역시 발행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은행채 상환액이 발행액을 상회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순상환으로 돌아선 상태다. 올해 1분기 순상환액은 9.4조원으로 더 늘어나며 상환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은행채 발행액2020년 44조원(+)→2021년 21.9조원(+)→2022년 10.1조원(+)→2023년 0.9조원(-)). 

은행이 이전 1%대 저금리로 조달했던 채권 만기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고금리로 환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상환기조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은행이 금리인상기(2022년) 이전에 발행한 사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1.75%로 현재 금리가 대략 3% 중·후반대를 형성하고 있어 차환에 나설 경우 과거 보다 약 2%p 만큼의 웃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핵심 조달창구인 예수금과 사채발행이 축소되다 보니 은행 자금사정에 따라 발행규모와 시기를 탄력적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장성예금의 비중이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이 급격한 금리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성 시장성예금을 동원해 대출수요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성예금 잔액의 빠른 증가는 은행별로 발행액이 늘어난 것과 맞물려 예금만기일도 연장됐기 때문이다. 5대 은행 기준 올해 4월(22일) 기준 CD 발행액은 12.1조원으로 전년동기 10.5조원 대비 15% 증가에 그쳤지만 발행건당 평균 만기일은 지난해 123일에서 올해 220일로 크게 늘었다. 은행권 전체 기준으로도 평균 만기일(4월 누적기준)이 2022년 139일, 2023년 148일, 2024년 204일로 길어졌다.

2년 새 시장성예금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곳은 우리은행으로 307%(3.7조원→15.1조원) 올랐고, 국민은행이 277%(4.9조원→18.7조원), 하나은행 177%(7.5조원→20.7조원), 농협은행 41%(2.1조원→3조원)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5대 은행 중 사채비중(잔액 38조원)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만 약 4%(16.5조원→15.7조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레고랜드 사태 따른 발행한도 제한 등의 영향으로 은행채 발행 규모가 줄어든 부분이 있는데, 이를 대체하기 위해 CD발행 등 시장성예금이 상대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사채발행액(연간 기준)ㆍ이자지급액(1분기 기준). 자료/한국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