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성장주로 고평가 받고 있는데…성장 포기했나?

2024-05-14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카카오뱅크는 분기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매도를 하는 이유가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서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발간한 리포트에서 카카오뱅크가 “올해 대출성장률 목표를 기존 20% 수준에서 10% 초반으로 하향조정했는데, 이는 가계대출 규제강화와 경쟁심화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1분기 대출성장이 6.9%였기 때문에 연간 11~12%의 대출 성장을 가정한다면 2분기부터는 분기별 약 1~2%의 대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중은행들과 전혀 다른 수준이 아니다. 성장주로 분류돼 높은 PER에 거래되고 있는 카카오뱅크로서 매우 고민스러운 부분일 것이다.  

사실상 대출 성장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또하나의 대목은 예대율에 대한 발언이다. DB금융투자는 최근 리포트에서 카카오뱅크는 “저원가성 수신 확대를 통해 자금운용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으며 “예대율은 강화된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수신을 고려해 현재 78%보다 하락한 70%대 초반으로 관리한다는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이자가 싼 예금을 최대한 많이 받아서 채권에 투자해 돈을 벌어 보겠다는 말이다. 만약 대출 성장이 용이하다면 은행은 대출을 성장시키려 할 것이다. 예금으로 채권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대출 성장을 포기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물론 저원가성 수신을 확대해 채권에 투자한다면 남는 장사일 것이다. 하지만 저원가성 수신을 지속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진짜 저원가성 수신을 늘린 것인지도 의문스럽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수신금리는 전년 동기 대비 16bps나 상승했다.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보여지는 카카오뱅크가 성장주로서 고평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오늘 기준으로 24년 컨센서스 순이익 대비 26.4배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은행주 가운데 가장 높은 PER을 받고 있는 KB금융지주는 24년 컨센서스 순이익 대비 6.8배에 거래되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PER 배수의 축소(derating)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우려스럽다.  

사진/카카오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