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밸류업 중단하라]④ KB금융, ROE 10% 달성 카자흐스탄의 유령이 발목잡나?
[프레스나인] KB금융 양종희 회장은 ‘밸류업’ 전략으로 해외사업 확장을 거론했다. 일본은행이 글로벌 비즈니스 비중이 40~50%가 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KB금융도 해외사업 확장을 전략적 방향으로 제시했다.
과잉자본을 외국인에게 배당으로 퍼주는 것 보다는 해외사업 확장에 사용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자본을 수출해 수출기업으로 거듭나 서민을 상대로 손쉬운 ‘이자장사’만 하는 은행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동안의 실적만으로 평가하자면 해외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양종희 회장의 발언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해외진출을 꿈꾸던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인수했다. BCC는 2007년 기준 총자산 73억달러, 순이익 1억200만달러로 소매 고객 및 중소기업 고객을 고르게 확보한 자산규모 기준 6위의 은행이었다. 하지만 인수한 이후 숨겨진 내부 부실로 국민은행은 1조원 가까운 손실을 입고 철수하게 된다. 이후 KB금융은 해외진출을 전면 중단한다.
카자흐스탄의 악몽을 잊고 해외 진출을 새롭게 시작하려던 2016년에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2008년 당시 국민은행장이었던 강정원 전 은행장을 BCC 투자 손실과 관련 특경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강 전 행장이 BCC를 시가보다 무려 700%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인수해서 국민은행에 1조원대 피해를 주었다고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주장했다. 논란이 일어 은행장 자리가 위태롭게 되자 강 전 행장은 자리를 고수 하기 위해 회삿돈 5억을 당시 뉴스컴 대표에게 주면서 로비를 부탁했다는 의혹까지 제기 됐었다.
당시 투자 실패에 대한 문제제기가 8년인 지난 후에도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은 다시한번 M&A를 통한 해외 진출을 시도한다.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22% 지분 인수를 통해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후 3년에 걸쳐 추가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오게 된다.
카자흐스탄 경험을 통해 해외사업 확장에 더욱 신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은 아직도 적자 늪에 빠져있다. 인수 이후 적자가 지속되었고 1조 4000억원의 자금이 증자를 통해 추가로 투입되었다. 부코핀은행은 2021년 27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에는 무려 802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KB부코핀은행의 손실액은 2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이쯤되면 KB금융의 M&A 실사 능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KB금융과 같이 큰 조직에서 해외에서 조단위 인수건의 실사를 얼마나 대충했으면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의문이다. 또는, 실무자들이 숨겨진 부실을 발견했는데도 불구하고 최종결정권자가 인수 실적을 내기 위해 경고를 무시했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의 실적만 본다면 해외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이 과연 KB금융에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