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미국서 ‘세노바메이트’ 특허소송...제네릭 판매 방어 나서

인도 제약사 제네릭 출시 시도에 반격...매출 의존도 높아 향배 주목

2024-06-21     임한솔 기자

[프레스나인]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의 제네릭 출시를 방어하기 위한 특허소송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와 함께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인도 오로빈도파마(Aurobindo Pharma) 및 오로빈도파마 미국법인, 인도 제나라파마(Zenara Pharm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오로빈도와 제나라는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 특허 만료 전 제네릭을 판매하기 위한 ANDA(제네릭 의약품 품목허가 신청)를 신청하고 이를 알리는 'Paragraph IV' 증명서를 5월 SK바이오팜 측에 통지했다. 

미국 FDA는 ‘오렌지북’이라는 이름으로 승인 의약품에 관한 특허 목록을 관리한다.  미국 제네릭 제조사가 특정 의약품의 제네릭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오렌지북에 등재된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거나 해당 특효가 무효임을 알리는 Paragraph 증명서를 ANDA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Paragraph는 ▲Paragraph I(등재된 의약품의 특허가 오렌지북에 등재되지 않음) ▲Paragraph II(등재된 의약품의 특허 기간 만료) ▲Paragraph III(등재된 의약품의 특허가 시판허가 신청 기간에 만료 예정) ▲Paragraph IV(등재된 의약품의 특허 무효 또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음)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Paragraph IV를 제출한 제네릭 제조사는 해당 의약품의 특허권자 쪽에도 Paragraph IV 증명서와 ANDA 접수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이후 특허권자가 기한 내에 제네릭 제조사에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면 FDA는 제네릭 제조사의 ANDA 허가 승인을 30개월간 보류해야 한다. 

이번 SK바이오팜과 SK라이프사이언스의 소송은 이같은 배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 측은 ANDA가 받아들여질 경우 2개 회사가 세노바메이트 물질 특허(미국 특허번호 7598279B2)와 병용요법 특허(11654133B2)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이 2개 특허에 대해 FDA와 미국 특허청을 상대로 만료기한 연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물질 특허의 경우 당초 2027년 10월 만료 예정이었으나 2032년 10월로 특허권 존속 기간이 연장됐다. 병용요법 특허도 연장을 통해 2039년 6월까지 권리를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노바메이트 개발과 허가 획득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 부분이 반영됐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독점적 지위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2019년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승인받은 뒤 2020년부터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들어갔다. 이후 북미를 넘어 남미, 유럽, 중동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현재 SK바이오팜 매출 대부분은 세노바메이트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매출 3549억원 가운데 무려 91.3%를 세노바메이트가 차지한다. 다른 신약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의 비중은 3.6%에 그친다.

특히 최근에는 세노바메이트 판매를 기반으로 영업이익 창출에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SK바이오팜은 1분기 매출 1140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을 벌어들여 창사 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8.5% 성장해 900억원대에 진입한 덕이었다. 만약 세노바메이트 제네릭이 출시될 경우 SK바이오팜 실적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물론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이외의 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다. 레녹스 가스톡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고형암 치료제 ‘SKL27969’ 등의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외부 의약품을 도입해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노바메이트 판매로 구축한 미국 직판 체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2의 상업화 제품’ 도입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연내 확보하고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밖에 장기적으로 RPT(방사성의약품 치료제), TPD(표적단백질분해 치료제), CGT(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 신규 모달리티를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솔리암페톨에 관해서도 현재 미국에서 제네릭 관련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SK바이오팜 미국 파트너사 액섬테라퓨틱스(Axsome Therapeutics)는 지난해 6월 솔리암페톨 제네릭 허가를 신청한 6개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뉴저지 지방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에는 세노바메이트 제네릭 허가를 신청한 오로빈도파마 미국법인도 포함돼 있다. 6개 제약사 중 유니켐과는 최근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코프리. 사진/SK바이오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