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제2의 렉라자’는...조욱제 대표 “고셔병 치료제, 자체 개발 희망”

3대 주력질환 대상 후보물질 초점, “개발 더 쉬울 것” 저개발국가서 렉라자 단독요법 나올 수도, J&J와 논의 지속

2024-08-23     임한솔 기자

[프레스나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유한양행이 ‘제2의 렉라자’를 발굴한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는 개발중인 일부 후보물질에 관해서는 렉라자와 같이 해외 제약사와 협업하는 대신 자체 개발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23일 조욱제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렉라자 상용화) 경험을 토대로 임상 횟수나 비용이 적게 드는 고셔병 치료제는 우리 손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개발중인 여러 후보물질을 소개했다. 그 중 하나가 GC녹십자로부터 도입한 고셔병 치료제 ‘YH35995’다. 7월 국내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고셔병은 유전적으로 특종 효소가 결핍돼 발생하는 희귀병인 리소좀축적질환(LSD)의 한 종류다. YH35995는 뇌혈관장벽(BBB)을 투과해 기존 치료법인 효소대체치료요법이 듣지 않는 신경학적 증상도 억제하는 효능을 지닌다.

유한양행은 이밖에 항암, 심혈관·신장·대사질환(CVRM), 면역염증질환 등 3대 주력질환을 선정해 후보물질을 발굴, 개발하는 중이다. HER2/4-1BB 타겟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YH32367, GLP-1/GDF15 이중길항제 YH40863, 항면역글로불린 E(Anti-IgE)계열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 등이 개발 목록에 올라 있다. 또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기반으로 신규 후보물질이 지속 도입되는 추세다.

조 대표는 “다른 물질들은 워낙 비용도 많이 들고 끝까지 갈 기술력은 아직 없다고 생각해 끝까지 상용화할 의지를 가진 회사와 파트너링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게 우리 손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언젠가는 그럴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자체 개발의 폭을 점차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개발 경험을 활용해 다음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열홍 유한양행 R&D총괄 사장은 “존슨앤드존슨(J&J)과 협력하며 배운 게 상당히 많다. 이미 경험이 내재화됐기 때문에 제2, 제3의 렉라자를 개발하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매출 전망, 유럽 등 글로벌 지역 진출 계획 등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J&J가 렉라자 글로벌 판권을 갖고 글로벌 상용화를 전담하는 만큼 유한양행 측에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J&J와 논의를 통해 일부 저개발국가에서 렉라자 단독요법을 선보일 가능성을 열어뒀다. 렉라자 병용요법의 비용 부담이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조 대표는 “병용요법 상용화 후 사업이 진행되면 경제적으로 수용하지 못할 국가가 있을 것 같다”며 “그런 경우 J&J와 논의해 단독요법에 대해서도 글로벌 상용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계속해서 논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유한양행 경영진이 2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프레스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