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가열...한미약품 독자경영에 ‘대표 강등’ 응수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독자 인사부서 신설 발표 직후 사장→전무 강등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소집 관련 갈등도 지속...지분 향방 촉각

2024-08-29     임한솔 기자

[프레스나인]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미그룹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측이 한미약품 경영을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와 분리하는 작업에 나섰다. 이에 임종훈·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송 회장 측 전문경영인 직급을 강등하며 반격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미사이언스 인사팀 명의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을 전무로 강등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이 내려졌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 사장은 송 회장 측 인물로 분류되는 전문경영인이다.

이번 인사명령은 송 회장 측의 한미약품 독자경영 시도에 대한 임종훈·임종윤 사장의 대응으로 알려졌다. 전날 인사명령이 나기 직전 박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와 별도로 한미약품 내 인사조직을 신설하기 위한 인사발령을 발표했다. 인사조직을 시작으로 독자경영을 위해 필요한 여러 부서들을 순차적으로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박 대표가 직급 강등과 함께 대표에서 사임하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회사에 따르면 이번 강등과 별개로 박 대표의 대표 직책은 유지되고 있다. 대표 해임 여부는 이사회를 열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송 회장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약품의 독자경영이 ‘한국형 선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의 첫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우호 지분을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과반 수준을 확보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미사이언스에서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송 회장 측은 앞서 한미사이언스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는 한편 제3자배정 신주발행 등 투자 유치에 나설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늘리고 신규 이사를 선임함으로써 임종훈·임종윤 사장 측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사이언스는 이에 “호실적을 이어가는 중 갑자기 경영진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경영상 필요에 의한 투자유치를 방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임종훈·임종윤 사장 측은 송 회장 측이 요구하는 임시주주총회가 소집되더라도 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 이사회 인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필요한데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출석 주식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이다. 

현재 송 회장 측은 신 회장 등 특수관계자를 포함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48.19%를 들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자가 아닌 우호지분이 더해질 수 있다. 다만 임종훈·임종윤 사장 측도 한미사이언스 지분 29.07%를 보유하고 있어 우호지분을 고려하면 특별결의를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한미약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