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케냐서 백신 생산 지원 모색...'글로컬라이제이션' 확장

현지 백신기업 바이오백스 생산시설 타당성 조사 나서 아프리카, 2040년 백신 60% 자급 목표...국제사회 힘 보태

2024-09-20     임한솔 기자

[프레스나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해외 국가의 백신 생산을 지원하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태국에서 첫 성과를 거둔 데 이어 아프리카 등을 대상으로 협력 상대를 찾는 중이다. 케냐가 주요 후보로 떠오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현지 백신기업 바이오백스(BioVax Institute)를 방문해 백신 생산 역량 구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국제백신연구소(IVI), 엔지니어링업체 앳킨스리알리스(AtkinsRealis)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팀이 바이오백스의 스마트 백신 생산시설 설립을 살펴보기 위한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백스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으로 고품질 백신 생산에 대한 최첨단 기술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이 프로젝트는 인공지능, 자동화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백신 생산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효율성을 높이며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익성 SK바이오사이언스 BD3실장, 해리 킴타이 케냐 보건부 의료서비스담당 수석비서관, 마이클 루시오라 바이오백스 CEO 등 주요 관계자의 만남도 이뤄졌다. 케냐 보건부는 이 만남을 통해 케냐의 백신 생산 준비 상황, 특히 시설 개발 및 인력 수용 능력 측면에서 진전된 상황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생산 역량을 케냐 등 동아프리카공동체(EAC)와 다른 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해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케냐와 SK바이오사이언스 양쪽의 교감이 이뤄진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나쿠미차 와플라 케냐 보건부 장관이 방한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단이 케냐 백신기업 바이오백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바이오백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백신 인프라가 미흡한 국가에 R&D 및 생산 기반을 이식하는 프로젝트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내세운 핵심 성장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백신 자급이 어려운 국가를 돕는 한편 자체 백신의 판로를 개척해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프리카는 특히 글로컬라이제이션의 수혜가 시급한 곳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백신 및 의약품 시장은 연간 500억달러(약 66조6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 중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아프리카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투여되는 백신 중 현지 생산되는 비중이 1% 미만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코로나19 사태 당시에도 아프리카는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백신 자급이 추진되고 있다. 2021년 아프리카 CDC 산하에 아프리카 백신 제조 파트너십(PAVM)을 결성했다. 2030년까지 백신 수요의 30%를, 2040년까지 60%를 현지 생산한다는 목표다. 

국제사회도 힘을 보탠다. 올해 6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주축으로 하는 자금 조달 정책인 아프리카 백신 제조 가속기(AVMA)가 출범했다. 10년 동안 최대 12억달러를 지원해 상업적 백신 제조에 관한 백신업체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것이 골자다. 케냐의 경우 바이오백스가 세계은행(World Bank)으로부터 약 1억2000만달러 자금을 지원받아 백신 생산시설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백신 자급을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아프리카 CDC, 클린턴건강접근이니셔티브(CHAI) 등이 현지 백신 생산 역량 및 향후 계획을 평가한 결과 백신 완제(DP)와 원액(DS)의 생산능력이 불균형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2030년 백신 완제 생산능력이 수요의 2배 이상에 이르는 반면 원액 생산능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CHAI는 “항원(원액)부터 최종 제품까지 제조 역량을 확장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지만 생산과 수요 간의 격차를 메우기 충분치 않다”며 “기술이전은 지역적으로 항원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기존 백신기업의 기술이전을 비롯한 지원이 시급한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이미 태국에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물꼬를 텄다. 태국 정부 산하 국영 제약사인 ‘GPO(Government Pharmaceutical Organization)’와 태국 내 자체 백신 생산 및 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자체 개발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의 완제 생산 기술을 향후 GPO 소유 태국 백신 공장에 이전해 상업화한다는 방침이다. GPO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스카이셀플루 원액을 공급받아 완제로 생산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계획을 보면 글로컬라이제이션 관련 기술이전 범위는 완제와 원액을 모두 포함한다. 회사는 기술이전 후 완제 및 원액 관련 원부자재 매출, 로열티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 사업구조. 자료/SK바이오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