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와이바이오로직스]①'키트루다' 시밀러 쏟아지는데…PD-1 개발 '역행'
PD-1 포화상태…YBL-006, 1년6개월째 개발 표류 10년간 수천억 YBL-006 개발비로 투자해야…PD-1 시밀러, 2028년 줄줄이 허가
<편집자주>제약바이오 업계가 버블과 장기간 침체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고 부실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프레스나인>은 제약바이오 신뢰도 제고에 보탬이 되고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프레스나인] 와이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항PD-1 면역항암제 '아크릭솔리맙'(YBL-006)이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성을 가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리지널의 30여개 적응증을 그대로 무장한 바이오시밀러들로 PD-1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1개 적응증만 확보한 PD-1 신약으로 경쟁력을 갖겠다는 것은 전략 오판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1개 적응증마저도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가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한 적응증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한국, 호주, 태국 등 국가에서 YBL-006 1/2a상을 2023년 6월 종료했다. 다음 단계인 2b상에 돌입하거나 기술이전에 나서야 하나 1년6개월가량 프로젝트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미 PD-1 면역항암제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반해 YBL-006은 임상 초기 단계인 것이 개발 표류 이유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2014년 첫 PD-1인 키트루다 이후 10여개 제품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2023년 기준 PD-1/PDL-1 글로벌 시장은 540억달러에 추정되며, 키트루다와 옵디보가 약 70% 점유율을 석권했다. ElveInsight에 따르면 180개 이상 바이오기업이 PD-1/PD-L1을 개발 중이며, 파이프라인은 200개 이상에 달한다.
여기에 PD-1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개화는 YBL-006의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024년 매출 250억달러로 전세계 1위 의약품인 키트루다와 같은 해 1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옵디보의 특허만료가 나란히 2028년으로 다가오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수십개 기업이 뛰어든 상태다.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앞두고 제넨텍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승인받은 일부 적응증에서 철수했다. 바이오시밀러와 경쟁해서는 마케팅 비용조차도 회수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80여개의 PD-1/PDL-1 개발사들은 니치 마켓으로 밀려나든지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바이오시밀러들은 1상과 3상만으로 동등성을 입증하면 키트루다가 허가받은 적응증 30개 이상을 그대로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2029년부터 본격화되면 두 약물 성분이 PD-1 시장에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YBL-006은 신약이어서 개별적으로 각각 적응증에 대한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나의 적응증 대상으로 1상이 끝난 신약을 상용화하기까지 임상 비용만 2000억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 이외 상업생산 준비와 필요한 재고를 쌓는 것만 해도 수백억원이 소요된다. 아무리 작은 적응증이라도 글로벌 출시를 한다면 초기 마케팅 관련 비용도 1000억원을 쉽게 넘어간다.
이미 오리지널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키트루다, 옵디보 바이오시밀러들은 수천억원 매출 확보 경쟁을 하고 있지만, YBL-006은 성공 여부를 담보할 수 없는 임상 강행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해도 기존 PD-1을 넘어설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오리지널과 동일(유사)한 약물을 저가 공급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바이오시밀러의 목적과 달리 신약인 YBL-006은 앞서 개발된 PD-1(키트루다, 옵디보)을 뛰어넘는 임상적 우월성을 입증해야만 상업적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임상을 강행한다고 해도 특허존속기간이 또 문제다. YBL-006의 물질특허는 2037년까지다. 1/2a상에서 2~3상을 마치고 상업화까지 최소 10년이 걸려 독점 권리가 몇 년 안 남기 때문이다. 독점권리는 라이선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어서 YBL-006의 기술이전 가능성에 변수로 작용한다.
기술이전이 어려워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직접 임상2상을 진행한다고 했을 때 재무적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020년에 독성시험을 마친 것으로 알려진 YBL-006의 완제의약품(DP)의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임상 2상 투여가 끝날 때까지 유효 기간이 안 되면 새로 DP제조를 해야 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YBL-006의 임상 케이스가 너무 적기 때문에 아직은 키트루다와 직접 비교하는 게 맞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YBL-006의 초기 결과에서 신경내분비종양/암종뿐만 아니라 고형암에서도 효과가 좋은 걸로 봐서는 키트루다와 차별화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는 키트루다의 적응증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률의 한계도 비슷하게 다 가져갈 것"이라며 "키트루다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PD-1은 면역항암제 분야에서 기본 약물처럼 앞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자사 제품 하나 정도는 있어야 시장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