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와이바이오로직스]②'YBL-006' 키트루다보다 우월?…'확대해석'
1/2a상 신경내분비종양/암종 ORR이 키트루다보다 좋다? 63명에서 PR 달랑 2명…모수 적어 데이터 의문
<편집자주>제약바이오 업계가 버블과 장기간 침체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고 부실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프레스나인>은 제약바이오 신뢰도 제고에 보탬이 되고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프레스나인] 와이바이오로직스가 'YBL-006(아크릭솔리맙)'에 대해 기존 PD-1 면역항암제들과 차별화로 내세운 경쟁력은 신경내분비종양/암종(NET/NEC)에 대한 반응률이다. 신경내분비종양/암종에서 '키트루다'가 실패했지만 키트루다보다 반응률이 좋은 YBL-006이 성공할 수 있다고 회사는 주장한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모수가 너무 부족해 의미 있는 데이터로 보기 힘들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YBL-006은 임상 1/2a상을 호주와 태국 등 3개국에서 67명을 모집해 2023년 6월 종료했다. 임상은 ▲용량증가 코호트A1~4(0.5·2·5·10mg/kg) 10명▲용량확장 코호트B1~3(200mg 2주, 300mg 3주, 200mg 2주) 53명(11명, 11명, 31명)으로 총 63명에 대한 데이터다.
코호트A와 코호트B1~2는 고형암이다. 코호트B3의 종양 유형모집은 신경내분비종양을 비롯해 비인두암, 비소세포폐암, MSI-H(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또는 dMMR(불일치 복구 결핍), 두경부 편평세포암, 신장세포암, 항문편평세포암, 자궁경부암, 피부 편평세포암, 자궁내막암, TMB-H(종양 돌연변이 부담), 음경 상피 종양 등이다.
임상 결과, 전체반응률(ORR)은 15.9%, 질병통제율(DCR)은 54%로 조사됐다. 코호트별로는 ▲A가 ORR 20%, DCR 50%,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5개월 ▲B가 ORR 15.1%, DCR 54.7%, PFS 2.8개월로 조사됐다. 특히 와이바이오로직스는 YBL-006이 3등급 신경내분비종양(NET) 혹은 신경내분비암종(NEC) 환자에서 ORR이 25.0%로 2배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ORR 25.0%의 모집 수가 상당히 부족하다. 신경내분비종양/암종 환자는 총 63명 가운데 9명(1~2등급 1명, 3등급 8명)이다. 3등급 신경내분비종양/암종 환자 8명 가운데 PR(부분관해)은 단 2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모수 부족으로 ORR 25%(8/2)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ORR은 CR(완전관해)과 PR을 더한 수치다.
CR과 PR이 신경내분비종양/암종에만 몰린 것도 아니다. 코호트A에서 ▲음경편평세포함 CR 1례 ▲항문평편세포암 PR 1례, 코호트B에서 ▲위암 CR 1례 ▲신경내분비종양/암종 PR 2례 ▲위암 PR 2례 ▲신장암 PR 2례 ▲비인두암 PR 1례 ▲허들세포갑상선암 PR 1례 등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신경내분비종양/암종에서 키트루다 ORR이 4~12%에 그친다며 비교 우위를 강조했다.
키트루다의 ORR은 초기 임상에서 15% 정도로 알려진다. 이후 특정 암종별로 상이한데, 비소세포폐암 20~30%, 흑색종 30~40%, 호지킨림프종 약 60%, 신장세포암 약 30% 등 일반적으로 20~30%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신경내분비종양/암종의 반응률은 낮은 편이데, 연구 데이터가 존재한다.
JCO Global Oncology에 게재되고 2023년 ASCO에서 발표된 '진행성 신경내분비종양에서 펨브롤리주맙의 효능 및 안전성: 임상시험의 메타 분석' 논문은 키트루다의 신경내분비종양의 안전성과 유효성 프로파일을 분석했다. 연구자는 5개의 키트루다 글로벌 임상 가운데 키트루다를 투약한 위·장, 췌장, 폐 및 하부 생식기 등에서 발생한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만 177명을 골라내 평균 데이터를 도출했다.
ORR은 5개 데이터가 개별적으로 최소 3.7%에서 최대 12%로 조사됐다. PFS는 각 4~5.6개월로 고른 수치를 보였다. 5개 임상에 대한 평균 ORR은 5.27%, DCR은 5.40%로 나타났다. 5개 임상의 평균 PFS는 4.4개월, 평균 전체생존기간(OS)은 23.3개월로 조사됐다.
바이오텍 임상 관련 임원은 "키트루다와 비교하면 YBL-006의 ORR이 PFS(코호트A 4.5개월 또는 코호트B 2.8개월)로 연결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암세포가 줄어든 만큼 생존율(PFS)이 증가해야 하는데, YBL-006이 키트루다보다 ORR이 높은 수치를 보였음에도 PFS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고 분석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반기보고서에서 "임상시험에서 아크릭솔리맙이 보여준 우수한 효능과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암 치료제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경내분비종양/암종 8명 가운데 PR이 단 2명(ORR 25%) 데이터가 기술이전 근거라는 의미다. 그런데 빅파마 사업개발 부서에서 이 정도 데이터에 기술이전을 위해 자신의 높은 연봉을 베팅할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려면 파트너사를 설득할 신경내분비암 타깃 다국가 2b상 등 추가 데이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YBL-006의 샘플 사이즈가 늘어날수록 키트루다(177명)의 결과로 수렴할 가능성이 있다. 동일한 기전의 두 약물의 효능이 크게 다를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2b상은 60~100명을 대상으로 환자당 1억원 이상이 투입돼 막대한 연구비가 필요하다. 더 큰 문제는 NET의 세부 종류(췌장, 위, 폐 등)가 다양하고 각각 성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암종이어서 키트루다가 해당 적응증 획득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경내분비암 치료 시장은 2024년에 19억7600만 달러(약 2.7조원)으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항암제(에베로리무스, 수니티닙)가 주류를 이룬다. 파트너사가 YBL-006을 기술이전받아 수천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시장 규모가 작아 베팅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자체적으로 YBL-006의 추가 임상을 진행하지 않고, 기술이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잠재적인 협상 파트너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YBL-006의 모수가 적어 데이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에 와이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기자가) 말한 부분이 맞다"고 인정했다. 이어 "모수는 좀 적지만 고형암 대상으로 좋은 효과를 봤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임상에서 일단 가능성을 타진하는 성격에서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들어간 것이고, 신경내분비종양에만 써야 한다는 개발방향은 아니"라며 "별도의 스크리닝 없이 ORR이 15.9%가 나와 고형암에 효과가 있다. 바이오마커를 확인했을 때 반응률이 38.5%까지 올라가 바이오마크하고 서로 섞어 쓰거나 다른 약물하고 병용 투여했을 때 훨씬 더 큰 반응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