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활 건 동화약품, ‘무차입 기조’ 14년 만에 깨졌다

3분기 피부미용 의료기기업체 하이로닉 인수자금 마련 위해 327억 차입 2010년 이후 순차입금 첫 플러스(+) 전환, 부채비율 34.7% 여전히 안정

2024-11-20     정재로 기자

[프레스나인] 동화약품이 최근 의료기기업체인 하이로닉 인수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차입금을 늘린 탓에 2010년부터 이어온 무차입 경영기조가 사실랑 깨지고 말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3분기에만 은행권으로부터 차입금 326억원을 추가조달에 나서면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2분기 -240억원)에서 14년 만에 플러스(+328억원)로 전환했다. 

순차입금은 총 차입금에서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예금 등 유동성 현금을 뺀 금액으로 마이너스인 경우 기업이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유지 중인 것으로 해석한다.

동화약품은 3분기에 신한은행으로부터 6개월 만기 139억원 규모을 단기차입한데 이어 한국씨티은행부터 3년 만기로 132억원을 추가로 빌렸다. 여기에 한국산업은행에서 보유 중인 토지를 담보로 55억원(만기 2026년 12월)을 추가로 조달해 총 326억원을 차입했다.

재무안정을 우선으로 추구해 온 동화약품이 공격적인 경영기조로 방향을 틀은 시점은 오너 4세인 윤인호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2020년부터다. 윤 부사장은 기존 안정적 경영기조에서 벗어나 인수합병(M&A) 확대 등 투자사업 강화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성장중심 경영을 앞세우는 중이다.

윤인호 부사장은 일반의약품(OTC)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2020년에 약 220억원을 투자해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쎄이 지분 60%를 사들이며 첫 인수합병을 성공시켰다. 지난해는 391억원을 투입해 베트남 의약품 유통업체 '중선파마' 지분 51%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중간중간 뷰노(30억원), 넥스트바이오메디컬(40억원), 제테마(50억원), 핏펫(50억원), 하이(35억원) 등 바이오 투자도 병행해 나가며 사업구조를 다각화시켰다.

올해 1월에는 셀트리온의 OTC 종합감기약 '화이투벤'과 비충혈제거제 '화이투벤 나잘스프레이' 등 한국, 홍콩, 대만 지역 일반의약품 4개 브랜드 사업권 인수에 총 372억원을 투자해 OTC 라인업을 보강했다.

동화약품은 은행권 차입을 통해 하이로닉 인수계약금 120억원을 마련했지만 잔금을 치르기 위해서는 추가조금조달이 필요해 보인다. 총 인수자금 규모는 1607억원으로 실사를 거쳐 내달 12월13일쯤 잔금결제를 완료해야 한다. 미래에셋벤처투자PE 등과 공동투자에 나설 계획인데, 동화약품 측이 5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인수합병과 신관신축 등 투자확대 영향으로 3분기 동화약품 현금성자산은 약 200억원으로 1년 전 1000억원보다 약 5분의 1가량 줄었다. 3분기 327억원의 차입금 증가로 부채비율이 종전 27%에서 8%p 가량 상승했지만, 34.7%로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자료/동화약품 전자공시시스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