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와이바이오로직스]⑨ 20년 전에 데뷔한 pH감응 항체는 왜 인기가 없을까?

ADC개발에 pH감응 링커(linker)가 대세 입증된 항체를 버리고 예측성이 떨어지는 항체 쓸 이유 없어

2024-11-20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편집자주>제약바이오 업계가 버블과 장기간 침체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고 부실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프레스나인>은 제약바이오 신뢰도 제고에 보탬이 되고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제라드 앤더슨은 1980년대 pH감응 항체에 대한 개념을 소개한다. 그리고 2000년대 초부터 pH감응 항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로슈와 젠맵에 의해 상용화 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했다. 

그런데 pH감응 항체가 적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제조의 복잡성 문제, 안정성 문제, 결합 지속성 문제, 약동학 예측성이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신약 개발에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 받고 있다. ADC의 기전을 감안하면 pH감응 항체가 유용할 듯 하다. 하지만 ADC의 경우에는 pH감응 링커(linker)가 적용되고 있다. 글로벌 매출 1위 ADC 엔허투 또한 pH감응 linker를 사용하고 있다. 

항체에 pH 민감성을 입히기 위해 아미노산 서열을 변경하면 항체의 안정성과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생산이 어려워진다. 기존 항체에 비해 생산 공정 개발이 어렵고 추가적인 최적화 작업이 필요해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는 단점이 있다. 또한, pH감응 항체는 항체 항원 결합력과 결합 지속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pH 변화는 개인차가 크다. 항체가 모든 환자에서 일관되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임상을 진행할 때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pH감응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상호 작용을 유발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무엇 보다도 기존의 항체를 pH감응 항체로 바꿀만한 동력이 없다. 기존 항체로 기능면에서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기존 항체들은 대부분의 변수들이 잘 알려져 있어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예측성이 떨어지는 항체를 쓴다는 것은 임상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적용하기가 어렵다. 

ADC를 개발하는데 있어 예측 가능한 입증된 항체를 쓰는 것이 대세다. 엔허투 이외 HER2를 타깃하는 ADC는 모두 허셉틴(tratuzumab) 항체를 사용한다. 항체 부분에 있어서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증된 방식을 버리고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사진/와이바이오로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