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와이바이오로직스]⑪ 기약없는 '1100억', 손에 쥔 건 5억 뿐

'YBL-003' 수취 금액 40만 유로 불과 초기 단계 이전으로 장기간 개발 불가피…10년 뒤에나 수익 실현

2024-11-22     김창원 기자

[프레스나인] <편집자주>제약바이오 업계가 버블과 장기간 침체의 부침을 반복하면서 최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약바이오 기업이 살아남고 부실기업은 퇴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성장통으로 볼 수 있다. <프레스나인>은 제약바이오 신뢰도 제고에 보탬이 되고자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1년 7월 anti-VSIG4 항체 YBL-003을 피에르파브르에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기술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VSIG-003도 '미투 항체'다. 그나마 와이바이오로직스의 다른 '미투 항체'들 보다는 선두 그룹에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YBL-003은 고형암에 대한 치료용 항체 후보물질로, 면역관문억제제의 일종이다. 대식세포의 기능 및 T세포의 활성을 조절해 종양미세환경의 면역체계를 재활성하고,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당시 총 계약 금액은 8620만 유로로 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약 1158억 원 수준이다. 여타 경우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조기 개발 단계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현재까지 실현된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계약 당시 수령한 선급금 규모가 40만 유로(한화 약 5억3700만 원)에 불과했던 것.

해외 항체 제작 CRO 업체들은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30~40억 원 가량의 선급금과 함께 미래 매출액의 1~3% 수준의 로열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로열티 없이 일시에 수령을 원하는 경우 100~150억 원 가량을 받게 된다.

디스커버리 단계이기는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항체를 주문 제작해주는 것보다 턱없이 적은 수준의 선급금을 수령한 셈이다. 피에르파브르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 보다 저렴하게 항체를 이전 받은 샘이다. 

와이바이오로직스 2024년 9월 분기보고서 발췌.

남은 수익을 실현하기까지 남은 시간이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비임상·전임상을 진행하는 데에만 2~3년이 소요되고, 임상1상에서 3상까지 진행하는 데 최소 10년 가량의 기간이 소요된다. 여기에 신약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도 길게는 2년 가까이 소요된다.

디스커버리 단계에서 기술이전이 이뤄진 만큼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 와이바이오로직스가 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선급금 수령 이후 최종 개발 전까지 단계별 마일스톤을 수령하겠지만, 전체 계약금액 중 70~80% 가량은 허가·판매 단계에 진입해야 수령하게 되는 만큼 YBL-003을 통해 본격적은 수익을 실현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마저도 희박한 확률을 뚫고 개발에 성공해야 실현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충분한 선급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