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 거래소가 제노스코 '중복상장' 부추겼다?
"거래소가 제노스코 상장 러브콜" - 김정근 오스코텍 대표
[프레스나인]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한국시장의 밸류업에 힘써야 하는 거래소가 중복상장을 부추겼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중복상장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에 달한다. 미국은 0.35%다. 선진시장에서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를 회손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중복상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알파벳의 경우 구글과 유튜브, 딥마인드, 웨이모 등 수많은 자회사들이 있지만 모회사 알파벳 하나만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메타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이 단독 상장해도 가치가 상당할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메타만 상장이 되어있다.
이에 반해 국내 기업들은 중복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을 당연시 한다. LS그룹 구자은 회장은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투자를 하지말라”는 발언을 해 중복상장 이슈로 고통받는 주주들로 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머터리얼즈, 두산과 두산로보틱스 등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져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다. 핵심 자회사를 상장하면 모회사의 주가는 자연스럽게 내리막길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 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중복상장에 대해 거래소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은 재벌 그룹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중복상장을 시도하고 있다.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로열티를 모회사 오스코텍과 자회사 제노스코가 절반씩 나눠 받는다. 하나의 아이템으로 두개의 회사를 상장하는 초유의 상황이다. 오스코텍 김정근 대표는 제노스코의 중복상장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치팀이 우리 제노스코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해”왔다며 마치 거래소가 제노스코의 중복상장을 부추겼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만약 거래소가 먼저 제노스코 상장을 제안해 오스코텍이 중복상장에 나선 것이라면 파장이 예상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해 ‘국장’ 살리기에 나선 상황에서 거래소가 전면에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요인을 앞장서 키워온 것이다. 거래소는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자리가 보장되는 자리에 있는 직원들에게 ‘국장’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절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도 상법개정을 논의하며 중복상장을 막아 주식시장을 살려보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주식 거래 수수료로 월급을 받는 거래소 직원들이 ‘국장’을 망가트리는 일에 압장섰다면 비판을 피하지 못할 듯 하다.
대체거래소가 출범했지만 주권의 상장과 상장 폐지 여부의 건을 심의하는 기관은 한국거래소 뿐이다. 거래소의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거래소가 필요하다. 중복상장은 받지 않는 거래소가 필요하다. 소액주주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춘 거래소가 필요하다. 상장된 기업은 거래소가 제대로 검토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마음편히 투자할 수 있는 거래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