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제노스코 중복상장 권유… 밸류 ‘다운’ 앞장서
'국장' 중복상장 비율 18.43%로 가장 높아 vs. 미국 0.35%
[프레스나인]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이 1년간 시행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거래소(이사장 정은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복상장’을 부추겨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는 중복상장은 모회사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시장의 밸류업에 힘써야 하는 거래소가 중복상장을 권장하고 있어 밸류업 정책 목표와는 상반된 행보라는 지적이다.
김정근 오스코텍 전 대표가 자회사 제노스코의 상장이 한국거래소의 권유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거래소가 오스코텍의 핵심 자회사 제노스코를 코스닥에 상장해 달라고 읍소했다고 주장한다. 김정근 전 대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유치팀이 우리 제노스코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해왔다”며 거래소가 중복상장을 권장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 전 대표는 “제노스코가 상장해도 절대 주가가 안 빠질 것”이라며 자회사 상장이 오스코텍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에 한 주주는 “이미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중복상장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해외 주식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시장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에 달한다. 미국은 0.35%다. 선진시장에서는 중복상장이 주주가치를 손하고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 중복상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알파벳의 경우 구글과 유튜브, 딥마인드, 웨이모 등 수많은 자회사들이 있지만 모회사 알파벳 하나만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다. 메타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같이 단독 상장해도 가치가 상당할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메타만 상장이 되어있다.
정치권도 중복상장의 문제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입법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거래 수수료로 월급을 받는 거래소 직원들이 ‘국장’을 망가트리는 일에 앞장섰다면 비판을 피하지 못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