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미국 중형 픽업트럭 시장 본격 진출…전용 모델 개발 중
미국 현지 생산 유력…전기차 혹은 내연기관 모델까지 동시 타진
[프레스나인] 기아가 미국 시장을 겨냥한 중형 픽업트럭 진출을 공식화했다. SUV와 전기차(EV)로 북미 시장 내 입지를 넓혀온 기아가, 이제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이라 불리는 픽업트럭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픽업트럭 시장은 높은 수익성과 꾸준한 수요, 그리고 브랜드 영향력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는 미국 자동차 시장의 핵심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풀옵션 트럭이 8만 달러를 넘어가기도 한다. 농업, 건설, 레저 활동을 위한 수요가 많고, 라이프스타일 차로 픽업을 선호하는 소비자층도 두텁다. 경기와 무관하게 일정한 판매가 유지되는 시장이다.
기아 송호성 대표이사(CEO)는 최근 열린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시장용 픽업트럭 모델을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기아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중형 픽업트럭 ‘타스만(Tasman)’과 미국 전략 모델은 별개의 차량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타스만은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된 모델이 아니며, 미국 규제나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전용 모델이 따로 개발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가 개발 중인 미국 전략 픽업트럭은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Metaplant America)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북미 전기차 수요 대응하기 위해 2022년 부터 8조원을 들여 완공한 EV 전용 생산기지다.
기아 측은 구체적인 파워트레인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전기차(EV) 또는 내연기관(ICE) 모델 혹은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와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GM이 보유한 쉐보레 콜로라도(Chevrolet Colorado) 및 GMC 캐니언(GMC Canyon)의 플랫폼을 활용해 기아와 현대차가 각자 자체 브랜드의 ICE 픽업트럭을 빠르게 시장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기아로서는 미국 시장 진출 시기를 앞당기면서 초기 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매력적인 시나리오다.
현재 미국 중형 픽업트럭 시장은 토요타 타코마, 포드 레인저,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 주도하고 있다. 전기 픽업은 포드 F-150 라이트닝, 리비안 R1T, 테슬라 사이버트럭처럼 대형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다. 기아가 중형급 전기 픽업을 내놓는다면, 보다 실용적인 크기와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북미에서 SUV에 이어 픽업트럭까지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