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트럼프 시대 전략은?

2025-04-14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재차 언급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의약품 생산량을 늘려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25% 이상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업 부흥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제조 시설 확충에 집중된 투자 계획들이 발표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글로벌 제약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향후 5년간 총 23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역량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노바티스는 모든 주요 의약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제조 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향후 5년간 미국 내에 총 4곳의 신규 제조시설이 건설된다. 이 중 3곳은 바이오의약품 원료 및 제형 생산, 의료기기 조립, 포장 등을 담당하고, 나머지 1곳은 화학합성의약품 생산을 맡게 된다. 이와 함께 플로리다와 텍사스에는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 생산시설 2곳이 새롭게 들어서며, 기존 인디애나·뉴저지·캘리포니아의 RLT 생산시설 3곳도 확장된다.

노바티스 외에도 존슨앤드존슨(J&J)은 2029년까지 총 550억달러(약 79조8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첨단 제조시설 3곳을 신설하고, 기존 생산 거점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주 윌슨(Wilson)에 건립 중인 면역질환·암 치료제 생산시설에는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가 투입되며, 5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MSD(미국 머크)는 지난 2월 델라웨어주에 약 9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들여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착공했으며, 일라이릴리(Eli Lilly)도 미국 내 270억달러(약 39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들이 미국 내 제조 시설 확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약사들에게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략적 대응이 주목된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흐름이 가속화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전략적 대응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기지 구축은 관세 장벽을 우회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생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여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단순히 미국 시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제약 시장 전체의 공급망 재편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삼성바이오로직스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생산단가가 매출액 대비 미미하기 때문에 관세가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를 들면 허셉틴(트라스트주맙)의 경우 매출 대비 생산가는 2% 남짓이다. 정맥주사 유지용량은 체중 1kg당 6mg으로, 평균 성인 남성(70kg 기준)에게 투여되는 양은 약 420mg이다. 이는 1g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실제 한 번의 투여에 사용되는 항체의 양은 0.42g에 불과하다. 항체 1g당 생산원가는 약 95~300달러 수준으로, 고가의 바이오의약품이지만 실제 투여에 들어가는 생산비용 자체는 생각보다 낮다. 1g당 300달러 기준으로 계산을 해도 매출 대비 생산가는 2.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세 외에도 기술 규제, 허가 지연, 공급망 통제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해 해외에서 미국 시장으로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갈수록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해 현지에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수출 전략을 넘어, 이제는 '미국 내 생산' 자체가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자료/각사, 프레스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