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vs. KT&G, 필립모리스, BAT… 10년 치열한 법정 다툼, 이르면 다음 달 결론

2025-04-22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내외 담배회사 간의 소송전이 마침내 막바지에 이르렀다. 약 10년간 이어진 이 소송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두고 벌어진 법적‧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KT&G,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3개 담배회사를 상대로 53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흡연으로 유발된 질병 치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담배회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게 핵심 주장이다.

공단 측은 담배회사들이 흡연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중독을 조장했으며, 그로 인해 대중 건강에 장기적인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흡연이 암뿐 아니라 내장지방 증가,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등 광범위한 질병과 연관이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들도 법정에 제출된 상태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은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며, 법적으로 요구되는 경고문구와 광고 제한을 성실히 지켜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해배상 산정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며, 특정 질병이 자사 제품 때문이라는 직접적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2020년 1심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는 인정되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며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흡연은 여전히 개인의 자율적 선택"이라며, 이미 사회 전반에 흡연 위험성이 잘 알려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공단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다. 다음 달 최종 변론 기일이 예정돼 있으며, 판결은 이르면 하반기 중 나올 전망이다.

법원이이 공단의 손을 들어줄 경우, 담배회사들은 대규모 배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향후 유사 소송의 선례가 되어, 공공기관이나 개인이 흡연 피해를 놓고 집단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정책적으로도 담배값 인상, 광고 전면 금지, 금연구역 확대 등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축적된 내부 문건과 업계의 전략 문서를 토대로, 담배회사가 니코틴 의존성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고 해악 정보를 은폐해 왔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민사소송을 넘어, 공공의 건강과 개인의 자유, 기업의 책임이라는 복합적 가치를 둘러싼 사회적 대결의 장이기도 하다. 과연 법원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KT&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