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전자폐기물 정책 놓고 인도 정부 상대로 소송

2025-04-23     나한익 기자

[프레스나인]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인도 정부를 상대로 전자폐기물(e-waste) 재활용 가격 정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양사는 인도 정부가 최근 도입한 ‘재활용업체에게 지급하는 최소 단가’를 골자로 한 정책이 기업의 비용 부담을 과도하게 늘리고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해당 정책의 무효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인도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단순한 규제 반대가 아니라, 시장 왜곡과 비용 급증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했다.

특히 두 기업은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는 명분이 현실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정책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양사는 인도 정부가 비공식 재활용 시장을 통제하지 못한 채 기업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인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격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시장 기능을 왜곡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새 정책은 기존 지급 단가의 최대 15배까지 인상된 수준이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업체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이번 소송 결과가 인도의 환경 규제 방향성과 국제 기업 간 갈등에 중대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정부의 강경한 친환경 드라이브에 대해, 다국적 기업들의 집단 대응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4월 16일 델리 고등법원에 제출한 550페이지 분량의 문건에서 “정부가 '오염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기업을 과도하게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공식 폐기물 처리 시장을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행정 실패”라고도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345페이지 소장을 통해 “가격 규제가 환경 보호 목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상당한 재정적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이미 지난해 8월 인도 정부에 해당 단가가 과도하게 높다고 지적하는 공문을 보냈으며, 시장에 맡겨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모디 총리실에 공식 입장을 전달하며 “새 단가는 현행 지급 금액의 5~15배에 달해 기업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현재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전자폐기물을 배출하는 국가지만, 실제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약 43%에 불과하다. 이 중 80% 이상은 여전히 비공식 업자들이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보다 많은 공식 재활용업체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고자 이번 정책을 시행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인도 현지 기업인 하벨스(Havells), 볼타스(Voltas), 다이킨(Daikin), 블루스타(Blue Star) 등도 유사한 취지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으며, 존슨콘트롤-히타치는 최근 소송을 자진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LG,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