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인니 정부 “철수가 아닌 퇴출”... 11조 규모 배터리 프로젝트서 ‘퇴출’ 배경은?
[프레스나인] 11조 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철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실은 우리가 내보냈다”며 정정에 나섰다.
해당 프로젝트는 LG에너지솔루션 뿐만 아니라 LG화학과 LX인터내셔널도 참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과 인도네시아 국영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원자재 채굴부터 프리커서·양극재 생산, 배터리 셀 제조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배터리 생태계 구축 목표로 진행 되었지만 최근 이 협력 구조에 큰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LG, 철수가 아니라 '퇴출'…정부가 공식 요청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BKPM)장 겸 투자·하류산업부 장관 로산 루슬라니(Rosan Roeslani)는 “LG가 스스로 나간 게 아니라, 정부의 요청으로 프로젝트에서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로산 장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월 31일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 공식 서한을 보내 프로젝트에서 철수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서한은 에너지광물자원부(ESDM) 장관인 바릴 라하달리아(Bahlil Lahadalia)가 직접 서명하고 전달한 것이다.
그는 “2020년부터 논의된 이 프로젝트가 5년이 지나도록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협상이 너무 지체되어 프로젝트 진전이 막히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결정은 우리가 한 것이다. 2025년 1월 31일자로 공식 서한을 보냈고,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에 철수를 요청했다. 5년 동안 실질적인 진척이 없었기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LG가 빠진 자리는 중국의 화유코발트(Huayou Cobalt)가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은 “기존 프로젝트 로드맵에는 변화가 없으며, 단지 투자자가 바뀌었을 뿐”이라며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인도네시아가 보다 빠르고 적극적인 투자 실행력을 가진 파트너를 원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이번 LG의 퇴출 소식에 대해 인도네시아 현지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석탄공급자협회(Aspebindo) 측은 “이번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배터리 생태계의 중추 역할을 할 예정이었다”며 “기술 이전 기회 상실로 인해 향후 전기차 산업에서 수입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