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시걸' 유럽에서 3배 가격 책정 논란
BYD ‘Seagull’ 중국에서 1만달러, 유럽에서 ‘Dolphin Surf’로 이름 바꿔 3만유로
[프레스나인] 중국에서 1만달러(1,370만원)도 채 안 되는 가격으로 판매되는 초저가 전기차가 유럽에선 무려 4,830원(최고 트림)에 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BYD가 자사의 경형 해치백 모델 ‘시걸(Seagull)’을 유럽 시장에 ‘Dolphin Surf’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해 판매하면서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격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BYD Seagull은 중국 시장에서 약 1300만원 수준에 판매되는 대표적인 보급형 전기차다. 하지만 동일한 차량이 유럽에서는 기본 트림 기준 3,580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고 트림은 30,990유로(4,830만원)에 이른다. BYD는 6월 말까지 한정 프로모션으로 19,990유로(3,110만원)까지 가격을 낮췄다고는 하지만, 중국 내 판매가에 비해 2.3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 차량은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고심 중인 ‘도심형 저가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BYD가 내놓은 가격은 르노의 다치아 스프링(Dacia Spring)보다 비싸면서도 "보급형"을 강조하고 있어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다치아 스프링은 기본형 기준 16,900유로(2,630만원) 수준이며,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 가격에는 경쟁자가 거의 없다.
Dolphin Surf는 기본형 ‘액티브’ 트림부터 10.1인치 터치스크린, 열선 및 전동 사이드미러를 제공하며, 상위 모델인 ‘컴포트’ 트림은 360도 카메라, 무선 충전, 열선 시트, 전동 폴딩 미러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을 갖췄다. 고사양 모델에는 최대 154마력의 모터가 탑재돼 100km/h 가속 시간도 9.1초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편의 사양을 갖췄다고 해서 과연 동일한 차를 세 배 가격에 받아들이는 것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 차량은 중국에서 생산 후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어 물류비나 관세가 일정 부분 반영됐을 수는 있으나,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변화나 사양 업그레이드만으로 설명되기에는 지나치게 큰 가격차다. 게다가 BYD는 향후 헝가리에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가격 책정 논란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BYD가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프리미엄을 일부 반영하려는 전략일 수 있으나, 소비자 입장에서 같은 차를 3배 주고 사는 것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유럽 내에서 2만 유로 이하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BYD의 이러한 고가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싸게, 유럽에서는 비싸게’ 파는 BYD의 이중 가격 전략이 과연 유럽 소비자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역풍을 맞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