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뉴질랜드 가격담합 수사 방해 정황…전 지사장 기소

증거 삭제 지시…현지서 형사 논란 호주 전 인사팀 이사 폭로…“한국인 위주 인사·내부 비위 은폐”

2025-05-30     최원석 기자

[프레스나인] LG전자가 뉴질랜드에서 진행된 TV 가격 담합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조직적으로 삭제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형사처벌 논란에 휘말렸다. LG전자 뉴질랜드 전 지사장이 형사법상 사법 방해 시도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과정에 호주법인의 고위 경영진의 지시가 있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ChannelNews에 따르면 LG전자 김도완(Dowan Kim) 뉴질랜드 법인 전 지사장이 뉴질랜드 상공위원회(Commerce Commission)의 LG전자 뉴질랜드 및 LG전자 호주법인에 대한 반경쟁 행위 조사 과정에서 증거 자료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형사 기소됐다.

뉴질랜드 상공위원회는 LG전자 뉴질랜드 및 LG전자 호주법인를 대상으로 현지 유통사와의 가격 협의 정황, 시장 경쟁 제한 여부, 경쟁사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는 내부 지침 등을 조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거 자료 삭제 조치는 호주에 있는 LG전자 고위 임원의 전화 지시에 따른 것이다. 김 전 지사장은 WhatsApp 메시지를 삭제하도록 직원 2명에게 명령했고, 해당 메시지에는 LG전자와 현지 유통사 하비노먼(Harvey Norman) 간의 민감한 가격 협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공위원회는 내부 고발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삭제된 메시지 일부를 복원했고, 조사를 고의로 방해한 시도라며 비판했다. 김 전 지사장은 뉴질랜드 형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으며, 함께 연루된 직원 2명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법원은 이들의 개별적 상황을 고려해 세 명 모두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존 스몰(Dr. John Small) 뉴질랜드 상공위원회 위원장은 “해당 행위는 조사 기관의 권위를 노골적으로 무시한 사례”라며 “LG전자 경영진의 행동은 법적 절차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과 별개로, 아만다 잭슨(Amanda Jackson) LG전자 호주법인의 전 인사팀 이사는 호주 연방법원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녀는 LG전자 호주법인 댄 림(Dan Lim) 대표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잭슨은 고소장에서 LG전자가 한국인 직원에게만 유리한 인사관행을 유지하고 있으며, 차은성(Eun Sung Cha)라는 한국인 직원의 비위 사실 조사 또한 조직적으로 은폐됐다고 폭로했다. LG전자 호주법인 공조사업부 소속 직원이 허위 고용추천서를 발급해 비자 발급을 시도한 정황을 조사하려 했지만, 경영진이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사진/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