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인도 전직 직원들, 엔진 1000여기 조직적 절도 혐의
피해규모 31억원 추산…현지 수사 확대
[프레스나인] 기아 인도법인의 전직 직원들이 3년 간 1000여기의 차량 엔진을 조직적으로 절취한 혐의로 인도 현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사건은 기업 내부 정보와 시스템을 악용한 대규모 절도 사건으로, 인도 제조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로이터가 입수한 수사 문서에 따르면 기아 인도의 전직 파트장과 팀장급 직원 2명이 위조 송장과 허위 출입증을 이용해 현대차로부터 공급받은 엔진 1008기를 불법 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규모는 약 230만 달러(한화 약 31억원)로 추산된다.
사건은 2024년 기아 인도가 재고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엔진 수량 불일치를 확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2025년 1월 재고 정산 및 CCTV 분석을 통해 불법 차량 이동이 드러났고, 같은 해 3월 인도 안드라프라데시 주 경찰에 정식으로 고소장이 접수됐다.
기아 인도 측은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내부 감사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하고 재고관리 시스템과 내부 통제를 전면 강화했다"고 밝혔다.
현지 수사 당국에 따르면, 사건은 정교한 사전 계획과 다수의 외부 공범이 관여된 조직 범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은 위조된 번호판을 부착한 트럭, 운송 송장, 왓츠앱 메시지, 운송 사진 등이 저장된 휴대전화 9대 등 다수의 증거물을 확보했다.
현재 구속된 전직 파트장 비나야가무르티 벨루차미(37)는 무죄를 주장하며 고등법원에 보석을 청구한 상태이며, 공범으로 지목된 전직 팀장 파탄 살림(33)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공식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경찰 문서상 피의자로 명시돼 있으며 수사는 초기 단계에 있다.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 수익은 개인 부채 상환, 부동산 구입, 개인 사업 재투자 등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인도 형법에 따라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고도의 내부 접근 권한 남용과 정밀한 실행이 결합된 보기 드문 산업 보안 실패 사례"라며, "제조업 전반에 걸쳐 내부자 위협과 공급망 취약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지적했다.
수사 당국은 범행에 가담한 범죄 조직 전체의 네트워크와 잔여 장물의 행방을 추적 중이며, 기아 인도 측과 협조해 산업 보안 강화 방안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